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출처 : 뉴스1)장동혁 지도부의 6·3 지방선거 승리 '기준'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동상이몽에 빠졌습니다. 107명의 생각이 제각각입니다. "당이 배출한 대통령 탄핵 직후 선거에서 영남만 승리해도 마냥 패배 책임을 물을 수 없다"(중진 의원)는 주장부터 "TK(대구·경북)와 부산·울산·경남에, 상징적 지역인 서울을 이겨야 승리"(재선 의원)라는 의견까지 다양합니다.
승리 기준이 중요한 건, 이에 따라 장동혁 대표의 거취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당내에선 지방선거 직후 선거 결과에 책임을 물어 장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기준은 무엇일까요. 또 장 대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장 대표가 생각하는 승리 기준을 달성하면, 그는 남은 임기 1년 2개월을 채울까요. 임기를 채운다면 그건 장 대표에게 좋은 선택지일까요.
"영남 5곳 지켜도 선방" vs "서울·부산이 성패 갈라"
승리 기준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5곳에서 이기고, 여기에 서울이나 강원, 충남북 중 1곳을 가져와 총 6곳을 이기는 경우입니다.
부산 지역 한 의원은 "이재명 정권 출범 1년, 탄핵 직후 선거에서 TK, 부울경에서만 승리해도 선방"이라면서도 "하지만 깔끔하게 이겼다고 말하려면 여기에 서울이나 강원, 충남북 중 1곳은 가져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래 같으면 서울을 이겨야 하지만, 현재 수도권 정서와 판세를 볼 때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강원과 충남북 중 1곳은 성과를 내야한다"고 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이겨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을 이긴다는 건 단순히 2곳을 차지하는 것 그 이상이란 겁니다. TK와 부울경은 당연히 이기고 여기서 서울 승리의 '바람'을 타고 충남북 중 한 곳과 강원까지 해볼만 하지 않겠냐는 거죠. 최대 7~8곳 승리를 목표로 내세웁니다.
장 대표도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6·3 지방선거 승리 기준으로 '서울과 부산 수성'을 꼽았습니다.
장 대표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서울·부산만 중요하냐", "강원이나 충남북 다른 지역구는 뭐가 되나"는 볼멘 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가 실제 말한 건 서울·부산을 넘어 서울·부산 승리가 부르는 바람이었다는 게 장 대표 측 설명입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왼쪽 세번째)가 지난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장동혁 대표와 두 손을 높이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점식 정책위의장, 장동혁 대표, 추경호 후보, 송언석 원내대표. (출처 : 뉴스1)보다 보수적인 기준을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TK와 부울경만 이겨도 장 대표에게 무조건 물러나라고는 못한다는 겁니다.
한 의원은 "5곳을 이기면 일단 최고위원들이 사퇴해서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의 한 원로는 "탄핵 직후 선거에서 TK만 지키는 게 정상"이라며 "이번엔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역시 TK를 제외하고 전패했습니다. 당시 당 대표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입니다.
"애매한 경우가 문제" "재보궐 3곳 가져오면 재평가"
하지만 실제 TK와 부울경 중 일부만 건졌을 경우에는 참패로 규정돼, 장 대표도 물러날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입니다. 정권 출범 1년, 탄핵 직후 선거라는 악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당 대표는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겁니다.
당의 한 인사는 "사퇴 여론이 강하게 불어닥치면, 장 대표도 무작정 버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애매한 경우입니다. TK, 부울경은 이기고 서울은 졌지만, 서울에서 참패가 아닌 소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할 때입니다.
수도권 지역 한 의원은 "선거 결과가 애매하게 나오면 장 대표가 바로 물러나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 책임을 장 대표에게 물을 수 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장 대표와 줄곧 거리두기를 하며 이른바 '탈동혁' 선거를 치른다고 공언해왔다"며 "장 대표 탓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쇄신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당 대표가 수도권 민심과 동떨어진 말과 행동을 계속하면서 서울 선거를 어렵게 해놓고, 그 책임을 피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1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민주당의 공천 뇌물·통일교 게이트 특검 수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지지방문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결과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번에 치러지는 재보궐 14곳 중 국민의힘이 기존에 갖고 있던 지역은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출마로 공석이 된 대구 달성 1곳뿐입니다.
당의 한 인사는 "재보궐선거에서 대구 이외에 추가로 3석 정도를 가져온다면,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가 애매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에서 선거를 잘 치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장 대표로서는 광역단체장만큼이나 재보궐 공천이 중요했던 겁니다.
대구 달성을 제외한 재보궐 지역 13곳 가운데 울산 남갑(전태진 더불어민주당·김태규 국민의힘 후보)과 부산 북갑(하정우 민주당·박민식 국민의힘·한동훈 무소속 후보), 경기 하남갑(이광재 민주당·이용 국민의힘 후보), 평택을(김용남 민주당·유의동 국민의힘·조국 조국혁신당·김재연 진보당·황교안 자유와혁신 후보), 충남 공주·부여·청양(미정)이 국민의힘 입장에서 쉽진 않더라도 승리를 기대해볼만한 곳으로 꼽힙니다.
총선 공천권은 차기 몫… 잔여 임기 논란도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장 대표 사퇴 여론은 피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계엄 사과, 방미 논란으로 이미 리더십이 강하게 흔들리면서 더이상 대표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중요한 건 2028년 총선 공천권 행사입니다. 장 대표 임기는 2년으로, 내년 8월까지입니다. 장 대표가 임기를 다 채우더라도 차기 총선 공천권은 장 대표 다음 당 대표가 행사하게 됩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장 대표의 당 대표로서 권위는 이미 실추될대로 실추된 상황"이라며 "지금 버텨봤자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힘 없는 당 대표'로만 1년을 더 채우는 게 아무 의미도 없다"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장 대표로서도 선거가 끝나고 물러났다가 다시 재기하는 게 살 길"이라며 "철저히 지역구 관리에 올인해서, 무엇보다 다음 총선 공천에서 어떤 당 대표가 오더라도 장 대표 지역(충남 보령·서천)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당의 인사도 "장 대표를 생각해서라도 1년은 쉬다 오는 게 맞는다"며 "지금 더 한다고 해봤자, 다음 총선까지 2년을 끌고 갈 동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8월 당시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제6차 전당대회 결선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출처 : 뉴스1)지선 직후 장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다음 당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헌·당규에 따라 장 대표 다음 당 대표의 임기를 장 대표 잔여임기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규 제26조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인 경우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를 뽑아야 합니다. 이때 새로 뽑히는 당대표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습니다.
장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물러난다면 잔여 임기는 1년 2개월입니다. 차기 전당대회가 오는 8월 초 열린다면, 다음 당 대표의 임기는 내년 10월까지가 됩니다. 2028년 총선 공천은 그해 초쯤 정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 관계자는 "당규상 '궐위'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란 논란은 있다"고 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장 대표가 다 안고 물러나야 한다"며 "거기서 버티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대표에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올해 초 선거 승리를 위해서 물러난다고 하고, 선거 패배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며 "그리고 바로 다음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됐다"고 했습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장 대표가 이번에 본인 자리를 지키려고 하면 안 된다"며 "가장 무서운 게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사즉생생즉사'(死卽生生卽死·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겁니다.
반면 한 야권 인사는 "일단 물러나면 그대로 끝이고, 돌아온다는 게 말처럼 안 된다"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돌파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당내 권력투쟁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반한(한동훈) 의원들이 장 대표의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면, 장 대표 체제를 유지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당 지지율 하락 당시엔 의원 10명이면 10명 모두 장 대표 퇴진을 말했으나, 최근 보수 지지세가 결집하면서는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장동혁 지도부'는 무엇을 남길까
"장 대표는 2년 임기를 반드시 채워야 한다. '지도부 흔들고 붕괴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이란 고질적인 악순환을 반복해선 당의 미래가 없다."
지난해 8월 장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된 당시 중도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이 한 말입니다. 당시 장 대표를 향한 당내 기대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황교안" 발언, 계엄 사과 거부,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선거 전 방미 등 잇따른 논란으로 많은 의원들이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지층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민적 눈높이에서 동떨어져 있다는 겁니다.
반면 "장 대표에게 변하라고 하면 안 된다. 본인이 당원과 국민에게 한 말이 있는데, 그걸 뒤집으라는 건 장 대표에게 죽으라는 길"(당의 한 원로), "당원과 국민이 뽑은 당 대표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고, 책임도 대표가 지는 것"(한 의원)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까지 20여일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선택을 하고, 무엇을 보여줄까요. 선거가 끝나고 장 대표가 물러나더라도, 중요한 건 '장동혁 지도부'는 무엇을 남겼느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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