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시에 있는 사찰 칠장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스님이 입적했습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어제(29일) 오후 6시 50분쯤 경기 안성시 죽산면 소재 칠장사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가 발생한 지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1명의 인명피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신은 화재 발생 장소이자 스님들이 머무는 숙소인 요사채에서 발견된 가운데, 조계종은 사망자가 자승 전 총무원장이라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현장에선 유서 형태로 작성된 쪽지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쪽지에는 "검시할 필요 없다"며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 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승스님은 지난 2009년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당선된 뒤 연임에 성공해 8년 동안 종단의 행정업무를 총괄했습니다. 이후 종립 대학인 동국대학교 건학위원회 총재이자 고문 등을 지내왔습니다.
자승스님의 장례식은 오늘(30일)부터 5일간 서울 봉은사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경찰은 조계종의 발표와는 별개로 국립과학연구원의 감시를 통해 정확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칠 계획입니다. 이후 사망자가 자승스님으로 결론 날 경우 극단적 선택 여부를 포함해 자세한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 등을 수사할 방침입니다.
한편 이번 화재에 요사채를 제외한 칠장사 내 나머지 건물들과 문화재는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칠장사는 궁예가 어린 시절 살았다거나 어사 박문수가 과거를 치기 위해 한양으로 향하던 중 잠시 머물렀다는 설로 널리 알려진 천년고찰입니다. 조선시대 불화로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오불회괘불탱', '삼불회괘불탱' 등도 보존돼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