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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한 해 200명…베이비박스 속의 울음
2018-01-11 19:56 뉴스A

문제는 이렇게 버려지고 있는 아이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겁니다.

한해에만 2백여 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고 있는데요,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만 입양이 가능해지도록 법이 바뀌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에서 버려진 아기들을 돌보며 차가운 현실을 느껴봤습니다.

정하니 기자의 더하는 뉴스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크리스마스 새벽, 서울 난곡동의 한 교회.

적막을 꺠는 벨소리가 울립니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쓴 한 남성이 찾아왔습니다.

포대기로 감싸 안고온 아기를 상자, 이른바 베이스 박스에 넣은 뒤, 발길을 돌립니다.

아기들을 맞느라, 교회 관계자는 밤을 하얗게 지새웁니다.

베이비 박스 돌봄 봉사에 나선 첫날.

[정하니 기자] 
"교회 외벽을 따라 걸어가면 베이비 박스가 보입니다. 베이비 박스의 내부는 신생아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입니다.

아기 체온 보호를 위해 두꺼운 솜 이불도 깔려 있습니다."

2010년 베이비 박스가 생긴 뒤 이 곳에 온 아기는 벌써 1290명, 이틀에 한명 꼴입니다.

처음 돌보게 된 아기는 생후 한달도 안된 훈이.

미혼모인 훈이의 엄마는 입양을 원한다는 쪽지와 함께 훈이를 두고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훈이는 입양될 수 없습니다.

입양 동의가 필요한 친아빠와는 오래 전에 연락이 끊겼습니다.

엄마 품이 그리운 지 자꾸만 칭얼대는 훈이.

어르고 달래다보니 어느새 깊은 잠이 들었습니다.

미혼모만 이 곳을 찾는게 아닙니다.

베이비 박스를 방문한 한 20대 주부.

낳은 지 사흘 밖에 안된 딸을 두고 사라졌습니다.

왜 친딸을 버려야 했을까?

[아기 엄마 A씨]
"여기까지 온 것도 용기 내서 온 거에요."

[베이비박스 상담자]
"이혼 소송 중에 있는 거에요. (외도로 낳은 딸을) 남편이 알게되면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하는 거야"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기들의 운명도 천차만별입니다.

운좋게 친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경우는 열명 중 한 두명도 안됩니다.

쪼들리는 살림 탓에, 아들을 베이비 박스에 두고 갔다 한달 만에 찾아간 이솔 씨 부부.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가족이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다집니다.

[이솔 / 서울 동대문구]
"아기 있으니까 되게 행복해요. 아기가 애교 부리고 기어다니고 크는 거 보면 되게 행복하고"

하지만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기 대부분은 보육원으로 옮겨져 기약없는 입양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런 아기들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친부모가 실명으로 출생 신고를 해야만 입양시킬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법률이 시행된 뒤 베이비 박스에 들어오는 아기는 3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전국 각지의 베이비 박스에 아기들이 몰려들다보니, 관할 구청은 그야말로 초비상.

[관악구청 직원]
(하루에) 10명 이상 까지도 (와요.) (한 번에 열명? 진짜 많다.) 이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영아 유기를 조장하느냐. 아기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냐, 베이비 박스에 대한 찬반은 평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종락 / 베이비박스 설립자]
"미혼모가 안전하게 아이를 키울수 있는 환경이 이루어지면 베이비박스의 문이 닫힙니다."

엄마 손가락을 끝까지 움겨쥔 아기의 손.

자기를 두고 가지 말라는 작은 몸짓이 가슴아픈 메아리로 울려퍼졌습니다.

채널A 뉴스 정하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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