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서 또래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건물에서 떨어뜨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는 오늘(20일)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 인하대생 김모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과 같은 형량인데, 이번에도 살인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법의학자 증언 등을 고려해봐도 살인의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살인으로 결론내진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양형상 죄책은 살해에 해당할 정도"라고 질책했습니다.
특히 김 씨가 피해자를 상대로 마치 성관계를 동의하는 것처럼 대답을 유도해 녹음까지 했고, 추락 후 숨이 붙어있던 피해자를 두고 아무런 조치없이 현장을 떠난 점도 감안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용서를 구하며 1심에서 1억 원, 2심에서 1억 원을 추가로 공탁했지만, 유족 측은 받지 않겠다는 일관된 의사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이어 "피해자의 고통과 피고인에 대한 원망 정도를 헤아릴 수 없고, 유족도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며 "지난주 토요일이 피해자의 1주기였다. 속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늘 법정에는 피해자 부모와 피고인 부모 모두 자리했습니다. 2심 선고가 끝나자 피해자 부모는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법정을 떠났습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 내 5층짜리 단과대 건물에서 만취한 여학생을 성폭행하려다 8m 높이에서 추락하도록 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김 씨는 피해자가 1층으로 추락하자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피해자의 옷을 다른 장소에 버리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고 죄명을 준강간치사죄로 변경해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