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꿈 갖고 집 샀더니
반년 만에 규제 칼날…악몽으로
이행강제금 예상 안 돼 ‘막막’
전문가 “전향적 검토 필요한 때”
경기 남양주 소재 한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에 거주 중인 전모 씨(36).
2020년 7월,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생숙 분양권을 매수했고, 현재 2년 넘게 실거주 중입니다. 생숙은 ‘레지던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 겉보기에는 오피스텔, 주상복합 아파트와 유사하지만 주택법 아닌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데 차이가 있습니다. 준주거지역, 상업지역에서도 건축 허가가 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하철이 가깝고 상업 시설이 많은 곳에 위치하는 등 주변 인프라를 누리기 용이합니다.
전 씨 역시 생숙이라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지만 공인중개사로부터 “아파트처럼 거주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수를 결정했습니다. 당시는 집값 급등기였는데 생숙은 아파트와 달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지 않아 진입 장벽이 낮았습니다.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덕에 입지 좋은 곳에 분양 물량이 나오면 완판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 집 마련 꿈이 ‘악몽’으로 바뀐 건 불과 몇 개월 뒤의 일이었습니다.
○ 다음달 불법되는 ‘생숙’…집주인 “당장 용도 변경 불가”
2021년 1월,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미 분양한 생숙에 대해서 오피스텔(주거용)이나 주택으로 용도 변경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습니다. 생숙 자체를 숙박용으로 쓰라는 건데, 전 씨처럼 거주용으로 쓰게 되면 집값(시가표준액 기준)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해당 조치로 세입자와 소유주 피해가 우려되자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한 차례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유예기간 만료 시점이 10월 14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태입니다.
전국의 생숙 규모는 약 8만7000여 가구.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면 전국적으로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생숙 거주자들은 남은 기간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 변경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각기 이해가 다른 생숙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으는 것도 어려운데 지자체에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요청해야 하고, 주차장 부지를 새로 구해야 하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매도 밖에는 답이 없는데 이행강제금 문제 때문에 가격을 낮춰도 팔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행강제금이 얼마나 부과될지 확인하기 어려운 점도 생숙 실거주자들의 속을 태우는 지점입니다. 개인들이 시가표준액이 얼마인지 바로 계산하기가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지 여부 등 큰 틀만을 정하고, 실질적인 이행강제금 대상자 선정과 부과액 산정 주체는 구청 등 지자체입니다. 구청 등은 다음달 14일이 된 뒤 국토부 등 상위 기관의 지침이 있을 때 비로소 산정 작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입니다.
○ 국토부 “이행강제금 재유예, 곤란”
하지만 정부 입장은 강경합니다. 남은 기간 용도 변경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3년 건축법 시행령에 생숙이라는 개념이 신설됐을 때부터 학교나 병원처럼 거주하면 안 되는 공간, 즉 거주 불법이었다”며 “이행강제금 유예를 반복하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행강제금은 시세표준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호가보다 낮고, 공시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이 돼 시장에 알려진 것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부 교수는 “생숙도 상업용, 주거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피스텔처럼 준주택으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한다든지, 숙박 시설로 전환을 할 수 있는 기간을 좀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주임교수는 “소급입법금지 원칙, 신뢰보호 원칙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혼란이 예상되는 만큼 시행령 개정안 적용시점을 소급 적용 대신 공포한 날로 전환하는 등 전향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