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AP/뉴시스
미국 민주당 소속 세스 매거지너 하원의원은 현지시각 11일 열린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지금까지 몇 명의 미국 퇴역 군인을 추방했느냐"고 물으며 공세를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놈 장관은 "미국 시민이나 퇴역 군인을 추방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자 매거지너 의원은 "장관이나 나 모두 군 복무 경험은 없지만,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싸운 이들, 특히 참전용사들에게 미국 사회가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것"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이후 매거지너 의원은 한국인 남성이 화면에 등장한 태블릿을 들어 보이며 "현재 '세준 박' 씨와 화상으로 연결돼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박 씨는 1989년 파나마 침공 당시 미 육군으로 복무하다 두 차례 총상을 입은 참전용사로,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인물입니다.
매거지너 의원은 박 씨가 전역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약물 남용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1990년대 몇 차례 경미한 마약 범죄로 체포된 전력이 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14년 동안 마약과 술을 끊고 살아왔다"며 "이 나라를 위해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큰 희생을 치렀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장관은 그를 일곱 살 이후 한 번도 살지 않은 한국으로 추방했다"며 "박 씨의 헌신에 대해 감사할 생각은 없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놈 장관은 "법을 지키며 나라를 위해 봉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답했지만, 매거지너 의원은 곧바로 말을 끊고 "왜 그를 추방했는지 직접 설명할 수 있느냐", "박 씨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찾도록 사건을 재검토할 의향은 있느냐"며 압박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놈 장관은 "해당 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씨의 사연은 지난 6월 미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를 통해 이미 알려진 바 있습니다. NPR에 따르면 박 씨는 총상으로 인한 명예 제대 이후에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해 왔으며, 마약 범죄 전력으로 추방 명령을 받은 뒤 매년 이민 당국의 관리 아래 하와이에 거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6월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구금·추방 가능성을 통보받자 자진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이날 '미국 본토에 대한 전 세계적 위협'을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시민권자와 참전용사 가족의 추방 사례를 잇따라 제시하며 놈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불법 이민 단속 기조를 옹호하며 장관을 두둔했고, 놈 장관 역시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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