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생한 서울 양천구 고등학생 투신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동급생들의 폭행 정황을 확인하고 검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반면 학폭위 결정문에는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은폐 의혹 수사에 나섰습니다.
채널A가 입수한 양천구 A 고등학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학폭위는 ‘가해행위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가 불충분하다’, ‘오 군을 직간접적으로 괴롭히거나 가해할 목적으로 행한 고의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기재했습니다.
이 결정문에는 경찰에서 파악한 폭행과 협박 내용은 전혀 담기지 않았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그제(5일) A고교 학폭 담당 교사와 서울시교육청 소속 장학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습니다. 담당 교사 등은 지난 2월 열린 학폭위에서 숨진 오 군의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한 게 아니냐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숨진 오 군이 지난해 11월 11일과 13일, 각각 동급생들에게 폭행과 집단 협박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 군은 이에 고통을 호소하다 친구에게 “죽고 싶다”, “항상 잘못의 중심이 나인 것 같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같은 달 14일 극단적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학교폭력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부모가 학교에 조사를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절차상 문제로 학폭위 개최를 미루다 오 군이 사망한 지 석 달 뒤에야 학폭위를 열었습니다. 학폭위는 관련 학생 6명에게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앞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 4명에겐 공동폭행, 다른 4명은 공동강요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오 군이 동급생 한 명에게 폭행 당할 당시, 나머지 세 명은 폭행 장소를 알선하고 망을 보는 등 공모를 벌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학폭위가 '직간접적으로 괴롭힌 사실이 없다'고 본 결과와는 상반되는 내용입니다.
경찰은 당시 가해 학생들이 오 군을 둘러싸고 “조용히 혼자 지내라”며 폭언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학폭위 결정문에는 해당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유족 측은 학교가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족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 이지헌 변호사는 “학교 측이 학폭위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어떤 구체적인 추궁성 질문도 하지 않았다”며 “특정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편향된 자료만 위원회에 제공된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 측은 유족에게 “지난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나 학교폭력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담당 교육지원청은 “현재 내부 협의 중인 사안으로 현재로서는 밝힐 입장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