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밤 9시40분쯤, 서울 노원경찰서 노원역지구대에는 “길을 헤매는 노인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현장은 지구대에서 100m도 채 떨어져있지 않은 삼거리 횡단보도 앞이었습니다.
현장에 출동해보니 70대 노인이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장영길 노원경찰서 노원역지구대 경위는 노인에게 따뜻한 물을 먼저 건네며 이름과 주소 등 기본 인적사항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장 경위의 질문에도 노인은 “상계동에 있는 친구 집에 가야한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노인의 외투 주머니에는 친구에게 주고싶다고 말한 통장이 있었습니다. 계좌에는 150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다행히 노인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한 경찰이 신원을 조회해보니 노인은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달동네에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10km 떨어진 거리를 친구를 찾아 버스를 타고 온 것이었습니다.
노인이 애타게 찾던 친구는 어린 시절 고향친구였습니다. 치매에 걸려 과거 기억에 머물러있던 노인은 젊은 시절 자신을 도와줬던 친구를 돕겠다며 길을 나선 겁니다. 경찰이 친구 이름을 조회해본 결과 안타깝게도 친구는 이미 2년 전 세상을 떠난 걸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노인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지만, 가족이 인계를 거부해 순찰차로 노인을 집까지 태워다줬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혼자 사는 치매노인은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치매 노인 3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습니다.
장 경위는 “치매 노인을 발견하는 경우 안전한 귀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지방자치단체나 담당 부처가 경찰과 협업해서 한 번에 가족들에게 연락이 닿는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