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전향 장기수의 생일 보도에서도 '통일' 표현을 삭제하는 등 통일 지우기를 가속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일, 비전향 장기수 리재룡의 80세 생일을 맞아 '불굴의 애국투사가 받아안은 은정어린 생일상'이라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비전향 장기수는 남한 감옥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도 공산주의 사상을 버리지 않은 남파 간첩을 뜻하는 말인데, 그간 '통일애국투사'로 칭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기사에서는 '통일'을 빼고 '애국투사'로만 표현한 것입니다.
신문은 "불굴의 애국투사들을 끝없이 아끼고 내세워주시며 대해같은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여든번째 생일을 맞이한 리재룡동지에게 2일 은정어린 생일상을 보내주시였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통일과 화해와 같은 개념을 완전히 제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북한에서는 실제로 통일과 관련한 상징물이나 표현 등이 사라지고 있는데, 오늘 기사도 그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리재룡은 남한 어부 출신 비전향 장기수로, 남파 공작원 교육을 받고 지난 1970년 대구로 남파됐습니다. 그러나 19일 만에 붙잡혀 간첩 혐의로 남한에서 30년을 복역했고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북송됐습니다.
북송 직후 결혼한 리재룡은 2002년 6월 딸을 얻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축복'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이후 북한은 리재룡을 주인공으로 다룬 소설 '축복'을 출간하고 리재룡의 가족을 잡지 표지모델로 세우는 등 체제 선전에 활용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