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11일(현지시간) 스웨덴 현지 출판사에서 열린 한국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만약에 기념사업을 하고 싶으시다면 책 속에서 뭔가를 찾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기념사업 등을 추진하는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한 작가는 "어떤 의미를 어떤 공간에 만듦으로써 사람들에게 닿는 것은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중요한 건 제가 책 속에 다 써놨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두운 역사와 폭력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느끼는 무력감은 어떻게 극복하는가'란 질문에는 "언어가 연결될 것이란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며 "글을 쓰기 시작한다는 거 자체가 아주 미약한 믿음이라도 믿음을 근거로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작가는 "결국은 우리가 이렇게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우리가 읽고 귀 기울여서 듣고 이런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톡홀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으로는 스웨덴의 국민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아파트를 방문한 일을 꼽았습니다.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 '사자왕 형제의 모험' 등을 쓴 작가입니다.
한 작가는 "증손자가 개인사를 담아서 직접 설명해 줬다"며 "집 안의 모든 것들이 소박해서 이분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구나' 그런 모습을 느끼면서 감동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작가는 '이번 노벨상이 앞으로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가'란 질문에 "강연문을 쓰면서 내가 '어디서 출발해서 지금 어디 있고 그래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내 좌표를 알게 됐다"며 "제가 어디까지 왔는지 알았으니까 앞으로의 방향도 더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여태까지 글을 썼기 때문에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인간의 삶은 복잡하기에 복잡한 것을 복잡한 대로 쓰고자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