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부지사가 항소심 과정에서 꺼내 든 3가지 카드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이유, 어제 자세하게 전해드렸는데요. 오늘은 이 재판이 왜 중요한지, 본질적 이유를 따져보려 합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에게 여러 죄목이 적용됐는데, 이 가운데 대북송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와 직접 연관되기 때문인데요. 북한에 돈을 보낸 이유 자체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대가였기 때문에, 사실상 이 지사에게 돈을 준 것과 같다는 것이죠. 김성태 전 회장은 이를 인정하는 것이고, 이재명 대표와 이화영 전 부지사는 부인하는 상황.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한 대북송금의 진실은 무엇인지 파헤쳐봅니다.

▶1심 재판부 “김성태의 대북송금, 이재명 방북대가 맞다”
이재명 대표 측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과 아는 사이도 아닌데다, 자신이 북한에 가는데 북한에 돈을 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방북 대가 자체를 부인하고, 김성태 전 회장이 쌍방울의 사업을 위해 돈을 보낸 것이라고 반박하고요. 다시 말해 경기도와 무관하게 자기 사업을 위해 돈을 보냈다면서, 김성태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미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면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대북 송금을 요청한 것으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진술에 따르면 2019년 5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먼저 김 전 회장에게 “이 지사 북한 가게 해줘”라고 얘기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김성태 전 회장이 당시에 북한 측 송명철을 만났고, 500만 달러를 요구하자 이화영 전 부지사가 전해듣고 100만 달러 정도로 조율을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방용철 부회장에게 남아서 며칠 더 협상하라고 했고, 결국은 300만 달러로 확정됐고요.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300만 달러 가운데 100만 달러는 리호남에게, 200만 달러는 조선노동당에 주기로 했다는 구체적인 전달처까지 진술합니다. 진술에 따르면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에서 리호남 몫의 100만 달러 가운데 70만 달러가 전달됐는데, 당시 하노이 북미 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됨에 따라 이재명 지사의 방북 협의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2019년 9월 북한이 태풍 수해를 입으면서 다시 협의가 이뤄졌고, 이후 중국에서 리호남 몫의 나머지 30만 달러와 조선노동당 몫 200만 달러가 전달됐다는 게 김성태 전 회장의 진술입니다.

1심 재판부가 이 같은 진술을 인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이화영 전 부지사가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에 미리 돈이 지급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양에 갈 때,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만 동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북한에 가야 할 동기가 있었다고도 봅니다. 이 밖에 경기도가 지속적으로 방북을 추진했고, 쌍방울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서 실제 진척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화영 전 부지사 부탁이 아니고서야 돈을 줄 이유가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항소심 재판부가 제시한 7개 증거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유지합니다. 그러면서 이화영과 쌍방울 대북송금을 끊어낼 수 없는 7개 물증을 인정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출입국 기록을 봅니다.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의 당시 출입국 기록을 보면 김 전 회장은 5월 12일에, 방용철 부회장은 5월 14일에 귀국한 것으로 나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방용철 부회장은 북한 측 송명철과 방북 비용을 협의하느라 며칠 더 머물렀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합니다.

두 번째는 중국에서 북한 인사를 접대한 출장비용 정산서입니다. 쌍방울 길림공장 생산지원부장이 김성태, 방용철이 중국에 와서 북한 인사를 만날 때 수행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리호남을 접대한 영수증이 나왔다는 것이죠. 리호남에게 김성태 전 회장이 70만 달러를 건넨 것이 2019년 7월의 일인데, 영수증은 2019년 5월 24일과 6월 10일이니까 사전 협의의 정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또 다른 2019년 12월 쌍방울 임직원의 출장 비용 정산서입니다. 당시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이 북측에 나머지 230만 달러를 건네는데요. 송명철과 식사한 비용, 리호남의 호텔 숙박비, 리호남의 렌터카 대여비 등이 정산서에 담겨 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것은 쌍방울과 경기도의 행보가 당시에 묘하게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2019년 5월 11일 김성태 전 회장이 북측에 방북을 요청하자, 23일 경기도가 북한에 6월 중 방북을 요청하고요. 5월 24일 방용철 부회장이 북측과 만나고 나자, 6월 13일 경기도가 7월 중 방북을 요청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해 11월까지 쌍방울이 북측과 접촉하면 경기도가 공문을 발송해 방북을 요청하는 패턴이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2020년 1월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부회장의 출입국 기록, 2019년 7월 필리핀 국제대회 당시 김성태 전 회장이 기업인 행사에서 “송 부실장한테 약속한 것을 하겠다”고 발언했는데 방북비용이 아니면 지켜야 할 약속이 없어 보인다는 점, 과거 평양에서 열린 공연 당시 사전에 비용이 지급됐던 실제 사례들이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됐습니다.

▶김성태가 알아서 보낸 돈? 이화영까지만 알았다?
2심 재판부는 이런 직‧간접적 증거들을 토대로 볼 때 "이화영이 김성태를 통해, 송명철‧리호남에게 경기도지사 방북 초청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김성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결론내립니다. 즉,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방북 대가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대신 냈다고 1심에 이어 2심도 확인한 것이죠.

이제 이화영 전 부지사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지금까지 주장해온 것처럼 “대북송금은 김성태가 혼자, 자기 사업 때문에 한 것”이라는 주장을 유지할까요? 일단 1,2심에선 모두 인정되지 않은 상황이죠. 다만 1,2심 재판부 모두 그 다음, 그러니까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알았느냐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 판단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재판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상태죠. 이화영 전 부지사가 현재는 부인하고 있지만, 김성태 전 회장이 방북 비용을 대신 낸다는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한 적이 있습니다. 재판부 기피신청을 접수하면서 아직 첫 재판은 열리고 있지 않습니다만, 이화영 전 부지사에 대한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여기서 정리된 사실관계가 그대로 인용되기 때문에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재판이 최종심에서도 1심, 2심대로 끝난다면, 이 대표는 여전히 김성태가 알아서 대북송금을 했다고 할지, 아니면 이화영 전 부지사가 알아서 했다고 할지. 어떤 전략을 택할까요? 퀴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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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구성: 동정민 정현우 기자, 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 PD
편집: 박현아‧이혜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