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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니코틴 중독 살해 혐의’ 아내 무죄 확정…진짜 범인은?
2025-01-07 10:01 사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숨졌습니다. 경찰은 사건 며칠 전 니코틴 원액을 샀던 아내를 범인으로 지목했습니다. 1·2심 법원도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30년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대법원이 다른 경로로 니코틴을 마셨을 수도 있다며 파기환송한 겁니다. 파기환송심에서 선고된 무죄 판결이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주심 김상환 대법관)은 지난달 24일 남편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아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것으로 오늘(7일) 확인됐습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3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도록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출근하는 남편 B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탄 미숫가루와 햄버거를 아침으로 주었으나 B씨가 속쓰림 증상 등만 호소하고 사망하지 않자, 같은 날 저녁 흰죽을 끓여 재차 니코틴 원액을 먹게 하였습니다.

B씨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는데, A씨는 다시 한 번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 B씨에게 주었습니다. B씨는 결국 숨졌고, 부검을 통해 사인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밝혀졌습니다.

수사기관은 아내 A씨의 내연 관계, 사건 며칠 전 전자담배 상점에서 니코틴 원액을 구입한 점 등을 들어 범인을 A씨로 지목했습니다.

1심도 이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미숫가루 음료나 흰죽을 먹고 나타난 증상들은 니코틴 음용에 따른 것이 아닐 수도 있다며 마지막 수단인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먹인 범행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
하지만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증거로서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유죄로 확신하는 것을 주저하게 하는 의문점들이 남아있다며 파기환송했습니다.

“아내 A씨가 찬물에 니코틴 원액을 타서 B씨로 하여금 음용하게 했다는 공소사실이 (직접 증거로서) 증명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겁니다.
또 “남편 B씨에게 찬물을 준 후 밝혀지지 않은 다른 경위로 B씨가 니코틴을 음용하게 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게 당시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유입니다.

수원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범행 준비와 실행 과정, 그러한 수법을 선택한 것이 합리적인지, 발각 위험성과 피해자의 음용 가능성, 피해자의 자살 등 다른 행위가 개입될 여지 등에 비추어봤을 때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아내 A씨가 남편 사망 후 남편의 계좌에 접속해 3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컴퓨터 등 이용 사기)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총 5번의 재판, 2번의 징역 30년형 선고, 2번의 대법원 판결 끝에 살인범으로 지목됐던 아내는 사건 발생 3년 7개월 만에 혐의를 벗었습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남편의 니코틴 중독 이유, 누가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먹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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