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지역을 집어 삼킨 최악의 산불은 여의도 156개 면적에 달하는 우리 국토를 앗아갔습니다.
평생을 일궈온 삶의 터전도 잿더미로 변했는데요.
현장카메라, 홍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북 영덕의 바닷가 마을입니다.
해마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곳인데요.
화마가 지나간 자리, 지금은 불에 탄 집들만 남았습니다.
일상을 잃은 마을, 그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마을 중턱, 격자 무늬의 텅 빈 공간 펼쳐집니다.
양식장이 있던 자리입니다.
물고기로 가득 찼던 곳이 이제는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덕 수암리마을 어민]
"불이 번지는 게 팍팍팍팍 5분도 안 걸려. 이 전체 양어장에서 불이 번지는 게… 다 죽어가지고 이래 이래 배 내놓고 있고."
광어와 강도다리 19만 마리가 4월 출하를 앞두고 눈 앞에서 사라진 겁니다.
38년 어업 인생 처음 겪는 일입니다.
[영덕 수암리마을 어민]
"상상도 못 했어. 양어장에 불 나가지고 사고 난다는 거는 상상을 할 수가 없어. 자식보다 더 하지. 고기는 24시간 붙어 있어야 돼."
취재 중 갑자기 연기가 나 진화대가 출동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땅 속 잔불이 배관에 옮겨 붙은 겁니다.
경북 의성의 한 사과나무 밭.
다 타버린 나무와 불길을 피한 나무가 흑백사진처럼 대비됩니다.
이 과수원에서는 사과나무 3천 그루 중 1천 그루가 불탔습니다.
이렇게 뿌리만 남았는데요.
다시 키우려면 최소 5년이 걸립니다.
안 탄 나무에도 열매가 달릴지는 미지수입니다.
[장도식 / 사과 과수원 운영]
"처음에 했을 때는 '괜찮지, 나무 안 탔으니 괜찮지' 싶은데 지금 보니까 이거 안 탄 것도 나무가 다 죽고… 열기 떄문에 (나무가) 익었잖아. 삶아놓은 것 같잖아."
20여년 전 귀농 후 차곡차곡 모아온 농기구들도 모두 타버렸습니다.
[현장음]
"이건 지게차, 사과 뜨는 지게차고 이건 사과 선별해가고 팔 때."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곳도 있습니다.
수십 년 평생의 추억들이 재가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유기수 / 75세]
"집에 식구(아내) 얘기로는 여기서 시집을 와서 이제 정이든 한 50년 이 터전을 닦아준 자리가 허무하게 망가지니까…"
현장카메라, 홍란입니다.
PD: 장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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