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공동대표를 맡은 유종일 전 KDI 원장, 이재명 후보의 오랜 경제 멘토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차기 정책실장으로 벌써 눈도장 찍은 거냐" "인수위 대신하는 기구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출범 닷새 만에 삐걱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1일 '민주당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유종일 대표의 국회 특강이 연기됐다'는 공지에 이어 23일엔 '이번 한 주는 성장과 통합 조직을 정비하기로 했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28일 예정돼있던 AI 분과 심포지엄 일정은 5월 초로 순연됐고요. 취재진들도 이상 징후를 감지하게 된 겁니다.
8일 만에 해체 논란…이재명, 거리두기
이 후보 캠프 관계자에게 일정이 연기되는 이유를 물었더니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성장과 통합이) 출범하는지도 몰랐고 무슨 정책을 연구한다는 건지 보고된 바도 없다"면서 "이재명 정책 싱크탱크로 엮는 것조차 불쾌하다"고요. 과장을 좀 보태자면 '무얼 하든 우리랑 상관없는 조직'이라는 겁니다.
결국 지난 24일 '성장과 통합은 해체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이현웅 기획운영위원장 명의로 나왔는데요. 유종일, 허민 두 공동상임대표는 "해체 사실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하면서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분과 위원들만 낙동강 오리알처럼 남겨졌습니다.
한 위원은 채널A에 "지금도 일하고 있다"며 "페이 없이 날밤 새우며 회의자료 만든 자원자들이 한 트럭인데 억울하다"고 전했습니다.
해체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25일, 이재명 후보는 성장과 통합의 내분에 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제 싱크탱크라고 주장하는 데가 하도 많아가지고 잘 모르겠다"고요. 이 후보가 성장과 통합에 거리를 두면서 '있는데 없는' 조직이 되어버린 셈이죠.

회비 걷자고 했다? 국민의힘 고발에 해명
국민의힘까지 '성장과 통합' 논란에 가세한 건 그제(28일)입니다. 해체설이 돌기 직전, 조직 안에서 "회비를 걷는 게 어떻겠느냐"는 문자가 공유됐는데 이를 두고 정치자금법 위반이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것이죠. 정치자금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 조직이지만 회비를 거둬 불법 정치자금을 모금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성장과 통합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인데요. "학계에 오래 계셨던 분이 뭘 모르고 학회처럼 운영하자고 글을 올렸다가 지적이 나오자 바로 철회했다"고 자세한 해명까지 했습니다. 사실 이 사안은 이 후보 캠프에서도 심각하게 검토했다고 합니다. ‘회비 제안 문자’까지 고발 사안으로 검토하는 건 무리수일 순 있어도 본래 출범 취지가 이재명 후보 당선인 것이 확인된다면 유사 선거기관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사안이라면 특히 민감한 부분 아닌가. '성장과 통합'과는 엮일 일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해체설이 나온 지 일주일 째, 유종일 공동대표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 정책본부에서 모종의 역할을 맡을지도 불투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성장과 통합' 한 분과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여전히 해체설에 선 긋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자는 "학자들만 참여했으면 되는데 정치하는 분들이 합류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며 "정책 논의는 이미 두세 번째 라운드를 돌고 있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유종일 대표 역시 분과 위원들에게 "우리 좀 더 자중하면서 가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선이 본선에 접어들면 정책 경쟁도 더 치열해지겠죠. '성장과 통합'이 개발한 정책들이 이 후보 공약에 반영될지, 아니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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