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소란을 피우는 학생에게 이른바 '레드카드' 제도를 운영한 교사의 지도 행위를 아동학대로 볼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6일 전주지검이 교사 A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습니다.
지난 2021년 4월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 담임 교사를 맡고 있던 A씨는 수업 중 먹다 남은 페트병으로 큰 소리를 낸 학생의 이름표를 칠판에 붙였습니다. 수업 시간에 잘못한 학생들의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카드 옆에 붙여 방과 후 교사와 함께 교실 청소를 하도록 한 겁니다.
이러한 규칙에 따라 해당 학생은 수업이 모두 끝난 뒤 교실에 남아 빗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본 A씨는 학생의 하교를 지시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이 학생은 등교를 거부했고 학생의 어머니는 A씨를 고소했습니다. 검찰 역시 A씨가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4월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을 뜻합니다.
이에 A씨는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헌재는 우선 레드카드 제도를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표했습니다. "학생들 일반에 대해 교육적 목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훈육의 일환으로 레드카드를 줬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겁니다.
또 헌재는 A씨가 학생에게 방과 후 청소를 지시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과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학생의 진술만 있는 상황에서 A씨가 청소를 명시적으로 지시했는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교실 청소를 시킨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기소유예 처분에 중대한 수사 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고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