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사도광산 근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안내문에 조선인 노동자 기숙사 및 공동취사장 전시 위치가 표시돼있다]

일제강점기, 2천 명 이상의 조선인의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일본은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앞으로 매년 7~8월 사도 현지에서 사도광산 노동자를 위한 추도식을 열기로 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현지시각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 46차 회의에서 일본이 신청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최종 결정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는 "전체 역사를 사도광산의 현장에 충실히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 등을 일본이 성실하게 이행하는 선제 조취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도광산 관련 한일간의 협상 초반부터 '일본의 실제적인 조치'가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합니다. 등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서 노동한 사실을 포함한 전체적인 역사를 사도광산 현장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일본은 등재가 확정되기 며칠 전, 이미 사도광산 인근에 있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실 중 한 곳에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해당 전시실은 내일(28일)부터 개방됩니다.

다만 일본이 '강제징용' 여부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일본 측 대표인 카네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등재 결정 직후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해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고 말했지만 해당 노동자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사도광산 인근에 마련된 전시실 내부에서도 '강제성'을 표현하는 문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일어로는 '징용', 영어로는 'open recruitment(공개 채용)'로 설명했을 뿐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강제로 끌려갔다는 명시적인 설명은 없는 것입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군함도를 세계유산에 등재할 당시, 우리 정부에게 강제노역 역사를 충분히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는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 아래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강제성 표현 문제는 2015년 이미 정리됐다"며 "일본은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결정과 이와 관련된 약속들을 명심하겠다(bearing in mind)'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