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3000억원을 횡령한 경남은행 전 간부 이 씨로부터 압수한 금괴. (사진 = 서울중앙지검 제공)

3000억 원대 자금을 빼돌린 BNK경남은행 전 간부 이모 씨가 1심에서 징역 35년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역대 금융권 개인 횡령액 중 최대 규모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늘(9일) 특경가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159억 원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또 범죄수익으로 바꾼 130억 원 상당의 금괴, 상품권 등을 피해자인 경남은행에 돌려주도록 했습니다.

◆"범죄수익 은닉 시도…출소 후 이익 기회 박탈해야"
재판부는 “당초 예상한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천문학적인 거액을 횡령했을 뿐 아니라 피고인이 범죄수익 은닉 등을 통해 시도하려 했던 ‘출소 후의 이익 향유’ 기회를 박탈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경남은행, 임직원, 주주, 금융시장과 시장경제 질서 등에 끼친 악영향을 고려하면 상당히 장기간의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이 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결심공판 전까지 반성문을 200여 차례 제출했지만 중형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씨의 범행으로 무너진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양형에 고려됐습니다.

◆3000억 넘게 돌려막기…금괴나 상품권으로 바꿔
이 씨는 1990년 경남은행에 입사한 뒤, 2008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99회에 걸쳐 약 308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출금전표 등 사문서를 위조하고, 130억 규모의 범죄수익을 금괴나 상품권 등으로 바꿔 은닉한 혐의를 받습니다.

다만 은행이 실제 손실을 입은 금액은 592억 원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나머지 금액은 이 씨가 횡령한 금액을 메꾸기 위해 돌려막기 하는데 사용되었고, 실제 이 씨가 얻은 수익은 약 290억 원 규모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편 공범 황모 씨도 징역 10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황 씨는 2014년부터 이 씨와 공모해 대출 시행사인 척 사문서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2,287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이 씨가 사용하던 PC를 자신의 내연녀에게 포맷하라고 지시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