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됐습니다. 경기도 예산으로 밥 먹고, 과일 사고, 옷 세탁하고,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이용해 사적으로 썼다는 혐의입니다. 대선 때 초밥, 소고기를 경기도 법인카드로 사 먹었다는 의혹의 검찰 수사 최종 결과가 이번에 나온 겁니다. 그 액수가 무려 1억 원에 달하는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인데요.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다는 건지, 그러기 위해서 어떤 명목을 둘러댔다는 건지, 검찰 수사 결과 조목조목 들여다보겠습니다.
▶배임 : “주어진 임무를 저버림”
이재명 대표가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죄목은 배임죄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배임이란 단어를 주어진 임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예산은 경기도민을 위해 써야하는데, 개인적으로 써서 오히려 손해를 안겼으니 경기도지사로서 임무를 저버렸다는 뜻이죠. 그래서 김혜경 씨는 기소되지 않았고, 경기도청 비서실장 정모 씨와 김 씨의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 씨는 기소됐습니다. 김혜경 씨는 경기도 공무원이 아니라서, 애초에 ‘임무’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거죠. 순전히 민간인 신분으로, 남편 이재명 대표 덕분에 예산으로 수혜를 봤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죠. 
검찰은 일단 유용 금액을 모두 1억 653만 원으로 집계했습니다. 법인카드로 갖가지 음식 사 먹었던 것이 889만 원, 과일 구매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2791만 원, 직원 식비 명목 등으로 올려놓고 샌드위치를 사 먹은 것이 685만 원, 도청 커튼 등을 세탁한다고 해두고는 이재명 대표 와이셔츠 등을 세탁한 것이 270만 원, 마지막으로 관용차를 사적으로 쓴 게 가장 많은 6016만 원입니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과 검찰이 판단한 범행 수법,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원래 도 업무추진비는 모두 세세한 사용 내역을 적어내야 하는데, 도지사 부부가 사적으로 썼다는 걸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허위 내역을 적어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제사상 과일까지 예산으로
검찰에 따르면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볼 ‘사모님팀’이 예산을 유용해왔는데, 이 팀의 수장이 바로 이 대표 부부 곁에서 2010년부터 일하고 있는 배모 씨입니다. 사모님팀이 수원의 한 과일가게를 정해놓고 여기서 과일을 사다가 분당 자택이나 관사로 배달해왔는데, 그 횟수가 259회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다 나른 과일, 실제 행정 서류상으로는 직원 격려, 혹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 근무자 격려 때 사다 준 것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하죠. 제보자 조명현 씨에 따르면 이 대표 가족 제사상, 혹은 성묘에 올라갈 과일도 경기도 예산으로 썼다고 하는데요. 검찰이 파악한 내역에 따르면 천혜향, 레드향 같은 고가의 과일이 많았다고 하죠.
샌드위치와 컵과일도 특정 가게에서 주로 사 먹었는데, 21개월 동안 매달 평균 32만 6천 원어치를 주문했습니다. 모두 256차례에 걸쳐 거의 매일 아침 자택이나 관사로 배달했다는데, 제보자 조명현 씨는 “(이 대표가) 아침 식사로 먹고는 빵이 눅눅하다며 샌드위치에 대한 피드백을 (배 씨를 통해) 주기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도 서류 상으로는 직원 격려, 직원 초과근무할 때 먹은 것으로 처리됐다고 하네요.
조명현 씨는 세탁소 한 곳을 정해두고, 이 대표가 입은 와이셔츠 등을 맡긴 뒤 돌아오면 소화전에 걸어놨다고도 했었죠. 이렇게 사용된 세탁비가 270만 원에 이르는데, 서류상에는 도지사 사무실이나 비서실의 테이블보, 커튼, 현장 근무복 세탁이라고 적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자택 코앞을 차고지로…‘김혜경의 택시’된 관용차
배임 혐의 중 가장 액수가 큰 건 바로 관용차죠. 2018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뒤, 인수위원회가 꾸려지죠. 인수위 단계에서 경기도에 요청을 합니다. 관용차를 한 대 사달라고요. 이때 경기도가 6540만 원을 써서 제네시스 G80 차량을 구매합니다. 내외빈 의전을 위해서였는데, 사실은 김혜경 여사가 타고 다녔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관용차는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배차신청을 하고, 담당부서가 승인하면, 차를 끌고 나가서 이용하고, 차고지에 반납하는 형태로 운영됐습니다. 그런데 이 차량은 희한하게 수원 경기도청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 자택 근처인 성남 수내1동 행정복지센터가 차고지였습니다. 이 대표 자택과는 불과 350미터 거리인데, 검찰은 그나마도 이 차가 실제로는 이 대표 자택 주차장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차는 무조건 사모님팀이 배차를 독점해야 해서 비서실 이름으로 계속 배차가 이뤄졌고, 따라서 배차 신청이 허위였기 때문에 운행일지도 허위인 것으로 수사됐습니다. 이 차는 40개월 동안 1만 6790km, 매월 평균 419km를 운행했는데 이만큼 주행하기 위한 기름값, 매월 1~2회 정도의 손세차 비용, 심지어 과태료까지 모두 경기도 예산으로 부담했다는 게 검찰 수사 내용입니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이미 국민의힘에서 자치단체장 부인이 관용차를 마음대로 썼다는 의혹을 제기했었죠. 원래 이 대표 자택 주차장에 가보니, 이 대표 소유의 차량 옆에 경기도 관용차가 주차돼 있었고 아파트 주차장 스티커까지 붙어있었다고요. 2016년 행정자치부에서 각 자치단체에 “배우자는 사적으로 관용차 이용하지 말라” “배우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 인력 지원을 하지 말라” 지침을 내려보냈는데, 지키지 않았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죠.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일 때 지사 배우자를 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경기도 공무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고 검찰은 봤으니까요.
▶수면 위로 드러난 ‘사모님팀’의 정체
바로 문제의 ‘사모님팀’입니다. 이미 제보자 조명현 씨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윤곽은 알려져 왔는데, 경기도청에 실제 직함‧업무내용과 무관한 김혜경 씨 지원 인력이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사모님팀의 팀장 격이었던 배모 씨 총무과 소속이었거든요. 원래 해야 할 일은 국회나 언론을 상대하는 대외협력 요원인데, 실제로는요? 조 씨는 “저와 배 씨의 일의 95% 이상이 김혜경 씨 일이었다”고 증언했죠.
그럼 이 ‘사모님팀’은 어떻게 예산을 유용할 수 있었을까요? 이 대표, 그리고 배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도지사 비서실장 정모 씨가 허위로 내역을 적어 올리는 것을 승인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하지만 정 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지시한 것도, 관여한 것도 없다고 부인한 상황이라 법정에서 무죄를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이 대표가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예산 지출 명목을 허위로 꾸미는 과정에서 모두 16개 부서의 업무추진비가 조각조각 동원되는데, 이 내용은 모두 정 씨를 통해 이 대표가 보고받았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도지사 승인 없이 다른 공무원이 임의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도 없고, 항목을 결정할 수도 없는 데다, 공무원이 아닌 김혜경 씨에게 금전적 이익이나 편의를 제공할 규정도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예산 유용을 이 대표가 지시하지 않고서는 하급 공무원들이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검찰이 자신만만해하는 이유? 다시 만난 신진우 판사
검찰은 김혜경 씨가 1심에서 유죄 나온 다음 날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이 대표 공소 보도자료에는 김 씨의 1심 판결문이 인용돼 있습니다. 예컨대 김혜경 씨 판결문에 나오는 배 씨가 김혜경 씨를 위한 사적 업무를 수행했다는 부분, 배 씨 판결문에 언급된 배 씨가 직접 혹은 사모님팀을 통해 김혜경 씨를 보좌한 것은 공무원으로서 도지사를 보좌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부분, 그리고 과일 샌드위치를 사적으로 사 줬다는 부분 등이 있습니다. 검찰의 입장에서 사모님팀의 존재와 배 씨가 과일, 샌드위치를 부적절하게 구매한 사실은 법원에서 확인됐다고 자신만만해하는 것이죠.
이재명 대표 측은 과일, 샌드위치, 관용차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기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아랫사람들이 법인카드를 어떻게 썼는지까지 도지사가 일일이 알 수 있느냐고요. 그리고 증거도 없이 정황만으로 기소했다고 이 대표가 직접 반박했습니다. 부인 김혜경 씨가 선거법 재판 내내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김혜경 씨 선거법 재판 1심 재판부는 ‘증거 없는 살인사건’에 비유하면서, 직접 증거는 없지만 간접 증거를 모아보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했죠. 이 대표의 배임 사건 재판도 결국 비슷한 흐름이 예상됩니다. 예산이 함부로 쓰이고 있는지 이 대표가 당시에 알았느냐, 지시했느냐 여부를 놓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이 치열하게 맞붙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 대표 측은 검찰 주장대로 16개 과의 업무추진비 사용이 도지사의 책임이라 하더라도, 도지사가 일일이 다 들여다보고 관리 감독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반박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검찰은 되물을 것입니다. 여태 먹은 과일, 샌드위치는 누가 무슨 돈으로 샀느냐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여러 번이나 사먹었는데 모를 리가 있느냐고요. 김혜경 씨 1심 재판처럼 간접적인 정황 증거들을 다수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 주장을 입증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배임죄는 대체로 유죄 입증이 까다로운 죄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기도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손해를 끼쳤고,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느냐 등 배임죄는 다른 죄보다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재판 과정이 더욱 치열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요. 마침 이 사건이 배당된 곳이 신진우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지만 기각이 됐던 바로 그 재판부거든요. 이화영 전 부지사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니까요. 원래는 단독재판부로 배당이 됐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 재배당이 결정됐는데 무작위 배당을 하고보니 하필 그 재판부인 것입니다. 이 대표 입장에선 어찌 보면 피하고 싶은 재판부였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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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정현우 기자, 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 PD
편집: 박현아‧이혜지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