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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건더기 빼고 파 고명만…‘1000엔의 벽’ 뭐길래

2025-02-24 19:39 국제

[앵커]
일본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멘'은 물가가 올라도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습니다.

라멘 값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의미하는 '천엔의 벽' 때문인데요.

세계를 가다, 도쿄 송찬욱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 도쿄의 한 라면가게. 규모는 작지만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며 손님들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 가게가 내놓은 1000엔, 우리 돈 9500원 짜리 라면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일반 라면과 같은데 돼지고기 같은 건더기가 없고, 면과 국물 외에 파만 들어있습니다.

물가 상승 등의 이유로 라면 한 그릇 가격이 1000엔 이상 되자 일부 건더기를 빼고 ‘지폐 한 장’ 1000엔 가격을 맞춘 겁니다.

[야마가미 다카노리 / 도쿄 T라면 점주]
"가격 인상은 손님에게도 힘든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건더기 없는 라면이라든지 가격이 싼 메뉴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일본의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에도 물가 상승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5년 전에 비해 면은 19%, 돼지고기는 16%, 파는 69%나 값이 오르는 등 원재료 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 라면 업계에는 우리 돈 약 9500원에 해당하는 '1000엔의 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면 한 그릇 가격이 이 1000엔짜리 한 장을 넘기면 사 먹지 않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인 10명 중 9명이 1000엔 이상의 라면을 비싸다고 생각하고, 10명 중 7명은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르면 라면 먹는 횟수를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미코 / 도쿄 시민]
"800엔이나 900엔일 때도 라면집 입장에서는 힘들었겠지만 1000엔이 넘어가면 다른 음식을 먹게 될 것 같아요."

[임재민 / 도쿄 직장인]
"600엔, 700엔 정도에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 거의 1000엔 가까이 하다 보니까 예전보다 가는 빈도가 많이 줄었죠."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음식 외적인 것을 포기한 곳도 있습니다.

유명 라면 체인점인 이곳은 매장 종업원을 없애고 주문부터 음식 수령, 식기 반납까지 셀프서비스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나쿠이 마모루 / 도쿄 S라면 점주]
"손님에게는 다소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1000엔의 벽’을 막지 못한 일부 가게는 송로버섯 등 고급 식자재를 넣어 한 그릇에 4000엔짜리 상품을 만드는 등 고급화 전략을 내놓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널A 뉴스 송찬욱입니다.

영상취재: 박용준
영상편집: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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