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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세상으로 변했다…“산불로 전 재산 잃어”

2025-03-29 19:15 사회

[앵커]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영남권 산불 소식입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잔불이 되살아나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습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다시 찾아가 보니 새까만 잿더미만 남은 '암흑' 그 자체였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망연자실, 눈물을 흘렸습니다.

조현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불은 꺼졌지만 매캐한 냄새는 마을을 점령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은 폭삭 주저앉았고 유리창도 모두 깨졌습니다.

손때 묻은 세간살이도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산불이 덮친 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하는데요.

주택은 뼈대만 남았습니다.

전기는 끊겨 여전히 복구가 안됐고요.

마당에 있는 수도를 틀어도 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통신도 두절된 상태입니다.

대피소에 머물다 돌아온 가족,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에 의지해서라도 어떻게든 집에 오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현장음]
"아빠 죽기 전에 한번 가보자해서 모셔옵니다."

예상은 했지만 다 타버린 집을 본 할머니는 오열합니다.

[현장음]
"어찌할까. 몸은 아프고 어디가 사나. 몸이 아픈데."

[현장음]
"엄마, 하지 마, 하지 마. (다치니까 하지 마세요.)"

농협 건물까지 모두 타버린 마을.

일상은 완전히 마비됐습니다.

[황명숙 / 산불 피해 주민]
"모르겠어요. 저도 어떻게 뭐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집에 두고갔던 개는 곳곳이 그을렸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았습니다.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기만 합니다.

[황명숙 / 산불 피해 주민]
"개를 풀어 놓고 가야 하는데 바빠서 풀지도 않고 가서 '아이고 죽었나 보다' 이랬는데 땅 파고 속에 있었나 봐요. 살아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지."

7년 전 귀향한 주민은 전재산인 집을 잃었습니다.

퇴직금으로 지은 집에서 여생을 보냈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김승규 / 산불 피해 주민]
"참는다 해도 그 뭐라 하면 감당이 안 됩니다. 지금 호미 자루 하나까지 다 탔으니까. "

큰 불은 잡았지만 곳곳에서 잔불과 연기가 일고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습니다.

경북에선 주택 3천2백 채 이상이 불에 탔고 4천7백여 명이 여전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조현진입니다.

영상취재 : 최준호
영상편집 :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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