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 뉴스1)'장동혁 저격수'.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연일 각을 세우면서 얻은 수식어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비상계엄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 한동훈 전 대표 제명 비판 등 주요 국면마다 메시지를 거침 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한 전 대표 제명 사태 당시 '장동혁 사퇴 촉구'라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은 물론이고 현역 의원들 가운데서도 장 대표 사퇴를 언급한 건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16명 정도였기 때문에 당 안팎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방선거가 4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서울시장 5선 도전 의사를 내비친 오 시장은 왜 이런 메시지를 내는 걸까요.
"서울 위기감 절박…구청장들 사색"
오 시장 측은 "이대로는 지방선거에서 다 죽는다. 서울 위기감은 절박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는 장동혁 지도부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게 수도권의 보편적 민심이라는 겁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은 심각하다"며 "구청장, 시의원들 다들 정말 사색이 돼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르는 사람 입장에선 오 시장 메시지와 결이 90%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인사도 "최근 메시지를 세게 낸다기보다는 일관성이 있는 것"이라며 "다 살자고 그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겁니다.
오 시장,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면서 부담도 느낄 겁니다. 광역자치단체장, 그것도 가장 상징성 있는 서울시장 후보를 장 대표가 섣불리 낙점하거나 찍어내진 못하겠지만,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도록 '룰'을 조정할 순 있으니까요. 실제로 당은 이번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심 비율을 높이도록 한 '7(당심)대 3(민심) 룰'을 검토했다가 논란이 되자 최종 경선에선 '5 대 5'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오 시장은 사석에서 개혁신당과의 연대나 '5대 5룰 유지'를 주장하는 건, 자신의 당선 여부 문제가 아니라 시구의원들의 본선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개혁신당과의 3자 구도나 당심을 높인다는 당의 방향 설정이 시구의원 본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건데요. 본인만 서울시장에 당선되고 '팔 다리'인 시구의원들이 다 잘려나가면 시정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당에선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다들 누군가 해주기만 바란다"며 "강성 지지층한테 손해 보고싶지 않아하는 심리인데, 오 시장이 용기있게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며 "장 대표와 각을 세운다는 개념보다는 당이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라며 "지난해 장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자마자 가장 먼저 기대감을 표출한 게 오 시장"이라고 했습니다. 장 대표가 당을 전략적으로 잘 끌고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보이면서 어쩔 수 없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신년에도 오 시장이 장 대표에게 고민 끝에 충언을 한 건데, 이후로도 쇄신의 방향으로 변화나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했습니다.
사진 : 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10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뉴스1)"당권·대권 목적" "명분있는 불출마" 설왕설래
하지만 이례적으로 선명한 오 시장의 메시지 발신에 여의도에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오 시장이 다음 당권을 노린다'는 겁니다. 장동혁 지도부를 강하게 때리고 지도부 붕괴 이후 '구원투수'로 비대위원장직을 맡거나 전당대회에 출마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한 의원은 "당권도 당권이지만 오 시장의 최종 목표는 대권"이라며 "국민의힘에서 다음 대권 주자가 본인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동혁 지도부와 차별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당심이 아닌 민심에선 장 대표에게 비판적인 여론이 우세하기 때문에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장 대표와 철저히 거리를 둔다는 겁니다.
다만 오시장은 어제(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시장을 하면서 당권을 동시에 할 수 있겠느냐"며 "저는 서울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렸고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출마 선언 시점에 대해선 "지나치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명분 있는 서울시장 경선 불출마나 패배'가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른 야권 인사는 "어차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에서 서울시장 도전장을 낸 정원오 성동구청장에게 질 것 같으니 장 대표 체제에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패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카드"라고 했습니다.
당의 한 인사는 "오 시장이 '장 대표 체제로는 선거에서 희망이 없다'며 전격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며 "명확한 출마 여부를 안 밝히는 것과 탈당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원은 "경선 탈락이든 불출마든 어떤 식으로든 오 시장이 선거에 나오지 않는다면 그 부담과 비판은 온전히 장 대표가 떠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순수한 본선 전략일 수도 있겠죠. 장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장 대표에 비판적인 서울 유권자층을 흡수한다는 겁니다. 다른 의원은 "현재 서울시 당협위원장 구도가 장동혁 체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아서 이들을 모아 향후 당원투표든 뭐든 우위를 점할 거란 포석 아니겠나"라고 했습니다.
개인적 감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오 시장과 소통하는 사이로 알려진 한 야권 인사는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등 소위 당권파가 계속해서 오 시장을 공격하는 발언을 계속하는 데 대해 감정이 쌓인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페이스로 컨벤션" 나경원·안철수·신동욱 거론
사진 :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나경원, 안철수, 신동욱 의원(왼쪽부터). (출처 : 뉴스1)장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할 생각은 없고 경선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어제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뉴페이스(새 인물)가 등장해 함께 컨벤션 효과를 일으키면 화룡점정이 될 것"이라며 오 시장을 겨냥한 듯한 발언도 했습니다.
현재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나경원, 안철수, 신동욱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세 명 모두 현재 지도부와 결을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나 의원은 지방선거총괄기획단장을 맡으면서 '당성', 당에 대한 충성도와 기여도를 강조하며 '7대 3룰'을 당 지도부에 제안했습니다.
안 의원도 최근 한동훈 전 대표 제명과 관련해 조속한 마무리와 경찰 수사로 진실이 밝혀져야한다고 하는 등 장 대표와 비슷한 방향의 메시지를 잇따라 내고 있습니다. 당의 한 인사는 "외연확장이란 기본적으로 본인의 반대 방향을 봐야한다"며 "안 의원은 어떤 메시지를 내더라도 중도로 읽히기 때문에 (안 의원이) 과감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최근의 행보가 정무적으로 잘 판단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수석최고위원인 신 의원은 계엄 사과 논란과 한 전 대표 제명 사태 등 주요 국면마다 장 대표를 엄호하며 장 대표로서는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습니다. 앵커 출신으로 국민 감정을 건드리는 메시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선 차기 당 대표로 신 의원을 밀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 시장의 지도부 비판에 대한 당내 평가는 엇갈립니다. "오 시장의 메시지가 당내 중론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서울 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시장 후보가 장 대표를 부르지 않을 것"(부산 지역 한 의원)이란 목소리와 함께 "오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장동혁 지도부의 극우 이미지가 아니라 4선 시장에 대한 피로감 때문"(재선 의원)이란 쓴 소리도 있습니다. 장 대표는 어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서울시장 5번 하는 경우는 없지 않을까 싶다"며 "5번의 서울시장이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어떤 미래를 이끌어갈지 집중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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