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사법독립 헌정수호를 위한 대국민 호소 국민대장정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 뉴스1)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엔 '부정선거' 논란에 올라탔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한국사 강사 출신 강성 유튜버 전한길(본명 전유관) 씨의 부정선거 음모론 끝장 토론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메시지를 발신하면서입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철저한 선거 감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 차원의 TF를 구성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점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장 대표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인 17%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지 이틀 뒤였습니다. 지난달 20일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대한 입장 발표 당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사실상 거부한 직후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습니다. 당내에서 "윤어게인으로 선거 못 치른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대놓고 갓끈을 고쳐 맨 셈입니다.

당 안팎에선 "왜 하필 지금인가", "누가 봐도 전한길의 부정선거 주장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인다", "갈수록 왜 저러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즉각 "당당하게 '윤어게인, 부정선거' 여덟 글자를 외치며 (장외투쟁을) 나가라"(지난 3일 SNS)고 공격했습니다.
"500만 불안한 유권자에 공감해야"
장 대표도 이같은 논란을 예상했겠죠. 메시지를 낸 건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얻고자 하는 게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장 대표는 선거 시스템에 불안감을 느끼는 유권자 비중이 상당하다고 보고, 이들에게 '공감'하는 메시지를 띄우면서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불신 여론에는 극단적 부정선거론 뿐만 아니라 "소쿠리 투표는 찝찝하다"며 부실 선거를 불안해하는 유권자의 심리도 반영돼 있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당시 SNS에 "부정선거 토론 실시간 시청자 수가 30만 명을 넘었고,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금 벌써 누적 시청자 수 500만 명을 넘었다"며 "유권자의 15%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부정선거에 반응하는 이들이라고 소위 '짠물'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장 대표는 이준석-전한길 토론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7시간 넘는 시간동안 지켜봤다고 합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인사는 "부정선거 논란은 논리보다는 공감의 문제"라며 "제1 야당 대표로서 선거 시스템 문제에 공감한다, 그리고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부정선거다 부실선거다' 확실히 답할 필요는 없지만, 불안해하는 여론에 등 돌릴 게 아니라, 등에 업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 등과 이른바 '부정선거 끝장토론'을 하고 있다. (개혁신당 제공)실제 장 대표 메시지에 부정 선거에 동조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장 대표는 "이번 토론을 통해 선거 부정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하고 선거 관리 부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거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는 이뤄졌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부정 선거론보다는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강조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앞서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3월 사전투표를 둘러싼 부정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전투표제 폐지와 부재자투표 부활, 본투표일 연장(1일→3일)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타이밍의 문제는 양날의 검입니다. 이준석-전한길 토론회 직후 메시지를 내면서 마치 전 씨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극우 이미지가 한 번 더 덧씌워졌지만, 정작 이때가 아니면 효과도 없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장 대표는 "논란에 올라타서 정치적 이슈를 선점해 가겠다는 것"이라며 "욕 먹는 걸 두려워하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합니다.
"'장동혁의 언어' 리스크에 계속 노출"
하지만 '장동혁의 언어', '장동혁식 메시지 발신'으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비판도 상당합니다.
"우리가 황교안", "계엄은 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선 것",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관련) 무죄 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등 모두 뜯어보면 말한 이유는 있더라도, 상대 측에 비판의 빌미를 너무나 쉽게, 그리고 강력하게 준다는 겁니다.
장 대표가 지난해 11월 국회 규탄대회에서 "우리가 황교안"이라고 발언한 건, 특검이 내란 선전·선동 혐의를 받는 황교안 전 총리를 체포한 날이었습니다. 특검의 무도한 수사가 국민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말이지, 황 전 총리가 주장하는 부정선거에 동조한 건 아니라는 게 장 대표 측 설명입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출처 : 뉴스1)계엄 1주년,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관련 입장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야당의 전횡' 등의 표현을 사용해 거대 야당의 단독 행동도 함께 비판했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법률적 관점에선 원론적인 말입니다.
문제는 장 대표의 메시지가 자신이 의도한대로 대중에게 가닿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황교안을 언급하려면 대중이 갖는 황 전 총리에 대한 선입견, 이미지를 감안해야겠죠. 계엄 1주년이나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날이라는 상징적 순간에는 계엄을 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 대표에게 국민이 기대하는 메시지가 있을 겁니다.
결국 장 대표는 선거 시스템을 불안해하는 유권자나 강성 지지층을 메시지 발신 대상으로 삼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부정선거 음모론자', '제2의 황교안', '윤석열 대변인'이라는 오명을 감수하고서라도요.
장 대표는 지난 3일 '사법 3법'을 규탄하는 도보행진 출발 전에도 현장에 있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특히 공을 들였다고 합니다. "여러 목소리로 갈라지면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의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질 수 있도록 차분한 모습으로 저희와 함께 행진해달라"고요. 윤어게인 논란이 대여투쟁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걸 경계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8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천 접수에 돌연 불참하며 경선 흥행에 위기감이 고조된 국민의힘. 오늘 오후 소집된 긴급 의원총회에서 친한(한동훈)계와 대안과 미래 등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 대표에게 다시 한 번 노선 전환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장 대표는 누구를 향해, 어떤 답을 내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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