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새 원내사령탑이 오는 13일 선출됩니다. 출사표를 던진 주인공은 국정원 출신 3선 김병기 의원과 전투력 강한 4선 서영교 의원이죠(기호순). 두 사람의 강점과 전략은 무엇이고, 이재명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을까요. 오늘과 내일 런치정치에서 차례로 짚어봅니다.
김병기 의원(3선, 서울 동작갑)은 "내란 종식의 '최종병기'로 써달라"며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그제(9일) SNS에 올린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에선 "국정원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음지에서 일했던 것처럼 당과 이재명 대표를 위해서 블랙 요원(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비밀요원)처럼 일했다"고 강조했는데요. 26년간 국정원에서 근무한 '정보통'이란 점을 메시지마다 부각하는 겁니다.
김 의원은 유권자인 의원들의 마음도 정보로 공략해왔습니다. 김 의원, 지난 총선 때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검증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를 맡았죠. 당시 공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본인만 알고 있으면 될 수도 있는 (개별) 지역구 (공천) 상황들을 다 알려주고 챙겨줘서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김 의원, 평소 식사는 의원들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뒤에서 다른 의원들 잘 챙긴다는 평가가 쌓여온 거죠. 그동안 '블랙 요원'처럼 일해왔지만 이번 원내대표 경선 기간에는 의원들 일일이 만나 한 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리스크 대응하며 李 신임 두터워져"
이번 원내대표 경선의 핵심 마케팅 포인트는 '명심'인데요. '내가 이재명 대통령과 가깝다' '내가 더 케미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 겁니다. 김 의원도 이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을 내세우고 있죠.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표 시절 영입한 김 의원은 2021년 대선 때 캠프 현안대응 TF 단장을 맡으며 이 대통령과 가까워졌습니다. 당시 대장동 사건이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이 후보를 향한 공세 수위가 높아졌는데요. 전방위적으로 리스크에 대응해 잡음을 최소화하는 것이 김 의원의 과제였습니다.
당시 TF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김 의원이 국정원 출신이라 어떠한 지시가 있으면 확실하게 따르고 상명하복이 몸이 배어있는 사람"이라며 "이때 능력을 인정받고 소위 친명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어 2022년 '이재명 당대표 1기 체제'의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냈는데요. 원조 친명계인 '7인회' 대다수가 이 대통령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말릴 때 김 의원이 총대 메고 출마를 권유한 걸로 알려졌죠. 2023년 이재명 당시 대표의 체포동의안 통과 땐 "당대표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하여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비명계를 직격했는데요. 이 대통령 호위 무사를 자처한 겁니다.
민주당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김 의원의 추진력과 정보력, 전략가적 면모를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 당대표로서 김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작갑을 찾아 힘을 실어줬죠. 대통령 취임 후 이틀 뒤엔 현충일(6일)엔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깜짝 방문하기도 했는데요.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던 현충원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김 의원 이웃 지역구에 있는 시장인데, 당내에선 "대통령 되자마자 김병기 도와주느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들 취업 청탁 논란에 "문제면 의원직 사퇴"
원내대표 경선을 이틀 앞둔 가운데, 김 의원 아들의 국정원 채용 청탁 의혹이 제기됐죠. 한 방송이 2016년 7월 김 의원의 부인이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에게 전화해 채용 청탁을 했다는 녹취록을 보도한 겁니다. 해당 논란은 2018년에 제기됐는데,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또다시 불거진 겁니다.
김 의원은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국정원에 정보 공개를 요구하며 "(아들의) 탈락이 맞는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는데요. 오늘 오전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아들이 (국정원에) 사표 내고 다 고발하겠다고 한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선 SNS에 이렇게 해명했습니다. "2014년에는 아들이 채용 절차를 모두 통과하고 마지막 신원조사까지 합격했으나, 자신을 증오한 세력의 작당으로 합격이 번복돼 탈락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아내가 국정원 측에 항의했던 것"이라고요.
이번 논란, 원내대표 경선에 어떤 변수가 될까요. 박범계, 박선원, 최민희, 양문석 의원 등은 잇달아 김 의원을 옹호하는 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국정원 내부에서도 '신판 연좌제'라는 얘기가 많았다"(박선원)고요. 한 지역위원회의 단체대화방에는 "지금 (김 의원 죽이기) 공작을 벌이는 세력을 찾아 고발 조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글도 올라오는 중입니다.
한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는 국민의힘과 협상도 잘하고 가려운 데를 긁어주면서 국정운영을 잘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논란이 경선에 큰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비판적 시선도 없진 않습니다. 또다른 의원은 "국정 초반은 어떠한 잡음으로도 대통령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는 시기"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선 처음으로 현역 의원 투표 외에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되는데요. 당원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제압과 항복을 받아낼 배짱 있는 장수'이자 '치밀한 전략가'가 되겠다는 김 의원의 목표, 이뤄질까요.
※내일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Copyright Ⓒ 채널A.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