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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극장 무대 위 주인공이 된 관객”…세종문화회관 ‘그랑 발레 데이’

2026-01-23 13:36 문화

"시선은 3층 객석을 바라보세요"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발레단의 객원 수석 이상은 무용수가 시민 참가자들에게 '바 워크' 시범을 보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위, 50여 명의 시민 앞에 선 이상은 무용수가 말했습니다. 발 뒤꿈치를 당기고 종아리부터 허벅지 근육까지 끌어올려 발끝으로 서는 발레 동작, '를르베(releve)'를 할 때,시선을 어디에 둬야하는지 설명한 겁니다. 발바닥이 흔들리고 발목이 휘청거릴 때,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 멀리, 대극장 관객석 3층을 보라고 말입니다.

2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특별한 발레 클래스가 열렸습니다. 3개월 이상 취미발레 경험이 있는 50여 명의 서울시민이 대극장 무대 위에서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과 함께 춤을 춘 겁니다.


● 무용단처럼 무대서 '바 워크'…'컨템퍼러리 발레'까지

이날 '그랑 발레데이'에는 취미 발레 5년 차인 기자 본인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실제 무용단이 쓰는 대극장 지하 분장실에서 발레복으로 환복한 뒤 무대 위로 올라가 몸을 풀었습니다. 이윽고 객석과 무대를 가르는 붉은 커튼이 올라가자 서울시발레단의 객원 수석이자 잉글리시 내셔널 발레 리드 수석으로 활약 중인 이상은 무용수가 반갑게 웃으며 등장했습니다.

라이브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이상은 무용수의 세심한 티칭 아레 1시간 동안 바 워크(Barre work)가 진행됐습니다. 실제 무용수들이 몸을 풀고 리허설을 하는 넓은 무대 위에서, 텅 빈 관객석을 배경 삼아 세계적 발레리나의 티칭을 받는 '취발러' 들의 눈빛은 한시간 내내 진지했고, 안무를 따라하는 몸 곳곳엔 금새 땀이 맺혔습니다.

기초를 다지는 바워크가 끝난 뒤엔 컨템퍼러리 발레의 안무 한 부분을 배워보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주어진 안무는 스웨덴 출신 안무가 요한 잉거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안겨준 '카르멘'. 취미생들이 동네 학원에서 배우는 '규칙 중심'의 클래식 발레가 아니라 '자유로운 실험 중심'의 컨템퍼러리 발레를 처음 배워본 기자와 참가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습니다.

● 무용수들도 꿈꾸는 무대 선 시민들 "눈물날 것 같아"

 사진 설명: 21일 오후 '그랑 발레데이'에 참가한 취미 발레인 50여 명이 대극장 무대 위에서 '바 워크'를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발레단은 지난 2024년 '원터 발레데이'를 시작으로 매년 취미 발레인을 위한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 중입니다. 올해 '그랑 발레데이'는 특별히 발레단 스튜디오가 있는 노들섬이 아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 됐습니다. 일반인은 물론 전문 무용수도 오르기 힘든 세종 대극장에서 3천 석 규모의 관객석을 바라보면서 발레를 한 경험은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몇 안 되는 남성 참가자 이재호 씨(36)는 발레를 시작한 지 5개월 차 '발린이(발레+어린이)' 입니다. 이 씨는 "연차를 쓰고 왔
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던 뮤지컬의 발레 안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이 발레를 시작한 계기"라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대극장 무대에 서니발레를 더 사랑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학생 이지수 씨(20)에게도 이날 경험은 뜻깊었습니다. 이 씨는 초등학교 시절 발레단 화동으로 세종 대극장 무대에 섰던 경험이 있지만 이후 무용이 아닌 다른 전공을 선택해 취미로만 발레를 해왔습니다. 이 씨는 "무용을 그만두면서 큰 무대에 설 수 없었는데 예전에 섰던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감격했습니다.

이상은 무용수와 함께 시민들을 가르친 10명의 서울시발레단 무용수들에게도 이번 경험은 색달랐습니다. 서울시발레단 이유범 시즌 무용수(27)는 "'카르멘' 안무를 배울 때 순서를 너무 잘따라하는 참가자를 보고 이 분들도 어릴 적 무용을 배웠다면 어땠을까.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하실까" 궁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레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무대에서 함께 춤 춘 것 자체가 더 없이 기쁜 '블리스' 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발레단은 올해 3월 △더블 빌 〈Bliss & Jakie〉 중〈블리스〉를 시작으로 11월 △ 트리플 빌 〈올 포 한스 판 마넨〉중 〈캄머발레〉와 〈5 탱고스〉를 레퍼토리로 편성 합니다. 시민들에게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선보이는 한편 국내 최초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서 정체성을 선명히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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