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77%. 더불어민주당 경선 역대 최고 득표율로 대선 후보가 된 이재명 후보가 첫 일정으로 서울현충원을 찾았는데요.
시작부터 파격이었습니다. 당에서 논쟁 대상이었던 보수 진영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부터 참배부터 참배했으니까요. 예정에 없었지만 포스코 초대 회장을 지낸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도 찾았습니다.
"모든 역사적 인물, 공과가 공존"

이 후보는 참배를 마친 뒤 이렇게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모든 역사적 인물들에게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모두 가능하고 공과가 공존한다.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양 측면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요.
이 후보, 2017년 1월 민주당 대선경선 예비 후보 등록을 마치고 현충원을 찾았을 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만 참배했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는 건너뛰었습니다. 이 후보,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세력의 아버지이고, 박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고 평가했었죠. 8년 전 대선에 도전했을 때와 접근이 180도 달라진 겁니다.
이 후보는 원래 일정에 없던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도 참배했죠. 박 전 총리, 자민련 총재를 거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국무총리를 지냈고, '철강산업의 아버지'로도 불립니다. 이 후보는 박 전 총리에 대해 "DJP(김대중-김종필) 연합, 일종의 진보보수 연합 정권·통합정권의 일종의 옥동자다. 통합의 아름다운 열매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후보, 첫 일정부터 이렇게 통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요. 캠프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이념이 지금 뭐가 중요하나. 경제 살리는게 우선이지"라고요.
이 후보가 요즘 자주 하는 말도 "진영이 무슨 상관이냐"인데요. 대선후보 첫 일정부터 외연 확장을 위해 통합·실용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겁니다.
연설서 '통합' 14번 외쳐…선대위원장엔 '보수 책사' 윤여준

어제 후보 수락연설에서 '통합'이란 단어, 무려 14번이나 언급했는데요. 민주주의(9번)보다도 횟수가 더 많습니다.
말과 행동에 이어 선대위 인선 키워드도 '통합'입니다. 소위 말하는 당내 비명계는 물론이고 보수 진영 인사까지 흡수하려고 하는데요.
이 후보, '보수 책사'라고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오늘 밝혔죠.
"선대위, 진영 통합의 장 될 것"
정계에서는 이 후보와 함께 할 보수 인사가 누굴지를 두고 꽤 오래 전부터 여러 설들이 돌고 있습니다. 이 후보 측 핵심관계자는 "전화로든 직접 만나든 보수 진영 인사들에게 두루 이야기를 듣고 있다"며 선대위가 진영 통합의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통합을 해야 하니 괜한 논쟁은 줄여야겠죠. 다소 거칠다고 평가받던 이 후보의 말도 신중해졌습니다. 논쟁이 될 수 있는 공약에 대해선 일단 "사회적 합의부터 해보자" 말을 아꼈고요.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실책이라고 지적받는 점에 대해선 '나는 다르게 하겠다'는 메시지 거듭 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 후보의 통합 행보가 진심이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이 후보 측은 "국민의힘은 진정한 보수가 아니다. 우리야말로 중도 진보를 표방하며 보수까지 껴안을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 앞으로 선대위 인선에 반영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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