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식 선거 운동 사흘째인 오늘(14일) 여전히 일부 지역에선 더불어민주당 로고와 파란색으로 래핑된 선거 유세 차량만 보일 뿐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 유세차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선거운동 첫날(12일) 후보 이름이 없는 빨간 점퍼를 입고 공식 일정에 돌입했죠.
후보 등록일(11일) 막판까지 단일화로 진통을 겪으면서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제대로 된 유세차도, 이름과 기호가 적힌 선거 운동복도 없이 출발했지만 괜찮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뭘까요.

'약자' 이미지 생긴 김문수…동정론 생겨
지난주 국민의힘의 당내 구도는 둘로 나눠졌습니다. '후보를 교체하려는 세력'과 '자리를 지키려자는 세력'으로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김문수 후보를 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단일화 약속 지키라"고 요구한 당 지도부는 한순간에 '강자'로, 김문수 후보는 '약자'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당시 버티는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후보 자리 지켜냈다" "이재명과 다를게 뭐냐"는 거센 비판 쏟아졌었죠.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의 2차 담판 때 현역 의원들과 김 후보 지지자들간 언쟁도 김 후보의 피해자 이미지를 키우는데 한 몫 했습니다. 의원 20여 명은 담판장에 들어가는 김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약속 지키시라"고 압박했는데요. 이런 모습들이 당원들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던 거죠.
"김 후보가 '김덕수(김문수+한덕수)' 전략을 내세워 대선 후보가 됐지만 무리하게 멀쩡한 후보 끌어내리는 건 잘못"이라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인 김문수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당내 경선 전략으로 이용했을 뿐, 순진하게 믿은 의원들이 오히려 정치력에서 밀렸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10일 0시 비대위 소집→김문수 후보 후보 자격 취소→새벽 3시 후보 등록 공고→새벽 4시 마감→한덕수 후보 접수. 일사천리로 후보 교체 시나리오가 기습 가동되자 당원들 마음이 돌아선 거죠. 당시 여기에 관여했던 한 의원은 "지도부가 무리하게 끌고갔던 면이 있다"며 "쌍권(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은 강자가 됐고 김문수는 약자가 돼 버렸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후보를 향한 동정론의 바람은 그때부터 불기 시작했습니다. '한덕수 대선후보로 단일화 하는 것에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물은 당원투표에서 찬성 의견이 아슬아슬하게 50%에 못 미쳤죠. 절차적 정당성을 우려한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이름‧기호 없는 점퍼 입고 선거운동 시작
뒤늦게 출발선에 선 김문수 후보, 선거운동 첫날(12일) 새벽 5시 가락시장에 기호도 이름도 없는 빨간 점퍼를 입고 나타났죠. 미리 준비된 유세차도 없다보니 제대로 된 출정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의원들은 게릴라식 지역 출정식에 나섰고, 후보는 후보대로 시도당을 돌며 유세에 나서는 상황입니다.
김문수 후보 측,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한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여차피 역전 드라마를 쓴 것 본선에서도 써보자"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유세차 없어도 되고, 후보 이름 없어도 되고, 없으면 없는대로 가는 게 이번 선거"라며 "동정표도 표"라고 강조했습니다.
뒤늦게 대선 레이스 시작한 걸 모두가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전략상 나쁘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오히려 그 자체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성심당이 '튀소' 팔듯, 김문수 잘하는 걸 팔자"
김 후보, 지난 4일 포천 한센인 마을 찾아 "이 마을에서 행정이 갈 길을 배웠다"며 눈시울을 붉혔죠. SNL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선 이재명 후보를 편의점 음식에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쉰 요구트르"라고 받아쳤는데요. 선대위 관계자는 "'성심당에서 (대표 메뉴인) 튀김소보로 팔듯 김문수는 김문수 잘하는 거 팔자'는 게 선거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판단하게 만들자는 겁니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선주자 TV토론회에 임하는 전략도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할 경우 "노동운동 당시 고문 후유증으로 귀가 잘 안 들린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다만 대선 레이스 끝까지 김 후보가 동정론에만 기댈 수는 없겠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확장성을 키우려면 이 판을 흔들고 뒤집을만한 '한 방'이 필요하다는 걸 당 관계자 모두 공감하고 있습니다.
남은 20일간 김문수 후보의 '한 방'이 나올지 지켜볼 일입니다.

홍지은 기자rediu@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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