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 “3차 대전까지 갈 수 있다”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국제사회를 겨냥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로 유럽 전체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고, 미국도 비공식적으로 포탄과 무기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했고요. 러시아는 왜 북한에 손을 내밀었고 이 시점에 대규모로 파병을 결정한 북한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다급한 러시아…북한은 ‘쉬쉬’하며 파병
요즘 전쟁은 첨단 무기, 기술전이라고 하지만 실제 우크라이나 전보면 여전히 전투병력과 재래식 무기는 중심에 있습니다. 흔히 말해 백병전이 여전히 최전선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거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는 모병에 응하면 첫해 520만 루블을 준다는 포스터가 붙었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7400만 원 정도의, 상당히 큰돈을 준다는 것이죠. 전황 초기에는 용병 ‘바그너 그룹’이 투입되기도 했었죠. 거꾸로 푸틴 대통령에게 반란을 일으키려다 그룹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하기도 했지만요. 거액을 줘야할 만큼 병력이 부족하고, 용병을 썼더니 쿠데타를 일으키고, 진퇴양난에 빠진 러시아는 북한에 도움을 청한 것이죠.
현재 북한군은 러시아군 소속으로 현장에 투입돼 이른바 ‘K-대대’로 불린다고 전해집니다. 북한군이 투입된 전장 상황은 상당히 참혹합니다. 북한군은 격전지인 최전선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됐는데요.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고기 분쇄기’에 군인들을 밀어 넣는 전쟁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최전선에 총알받이를 보내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미 쿠르스크 서쪽에서 교전이 벌어졌고, 북한군이 상당수 사망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고요. 애초에 파병된 북한의 군사들이 이른바 ‘폭풍군단’이라고 해서, 북한 내에서는 정예부대로 통하긴 하지만 후방 침투에 특화된 특수부대여서 평원 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에서 드론 공격에 취약해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들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 내에선 파병 자체를 쉬쉬하고 있습니다. 파병된 군인들 당사자도 처음에는 훈련 가는 줄 알았다가 뒤늦게 파병이라는 것을 알았다, 파병 군인 부모가 동요하다보니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는 우리 정보당국 분석도 있는데요. 그런데도 김정은은 왜 파병을 결정했을까요?
▶지난해부터 ‘러-북 밀착’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은 지난해부터 심화되어 왔습니다. 지난해 9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만났고, 이후 러시아 선박이 북한에서 무기를 실어 나가는 모습이 위성으로 포착되기도 했죠. 국정원에 따르면, 약 1만 3천 개의 컨테이너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보내졌는데 이 중 상당수에 무기가 실려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이 획득한 러시아 무기 중에는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다연장 로켓포, 대전차 미사일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북한의 KN-23 탄도미사일이 수도 키이우 등지에서 발견되기도 했고요. 물론 우크라이나 측에선 명중률이 낮아서 큰 타격은 없었다고는 하지만, 북한은 약 800만 발 넘는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와중에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맺었습니다. 주목받은 건 이 협정의 제4조인데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입니다. 러시아든 북한이든 어느 한쪽에 전쟁이 나면 자동으로 군사개입한다는 조항으로 해석될 만한 조항이죠.
1961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소협정’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밀착한 것인데요. 이번 파병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러시아 군복 입고 ‘몽골계 원주민’ 신분증?
이번 파병, 특이한 점은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을 입고 파병되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러시아군으로 ‘위장 파병’한 것인데요. 북한군에게 시베리아 몽골계 원주민인 야쿠티야, 부라티야족으로 위장한 여권을 줬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즉, 북한군이 전사해도 러시아군이 전사한 것처럼 처리된다는 뜻이죠.
이렇게까지 해서 북한군이 군대를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외화벌이 목적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가 북한군 한 명당 월 2천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만 원을 준다고 합니다. 따지고 보면 용병을 쓴 셈이죠. 쉬쉬하면서 파병했는데, 이 돈이 파병한 군인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갈 지는 의문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 파병으로 연간 7200억 원 정도를 벌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옵니다.
러시아의 군사기술을 얻기 위한 파병이라는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러시아는 위성, ICBM, 핵잠수함 등의 기술에서 상당히 발달해 있죠. UN에서는 이러한 군사기술을 함부로 이전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암암리에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기술이전이 이미 이뤄지는 것으로 보이는 징후가 있습니다. 당장 지난달 31일 북한이 신형 ICBM ‘화성-19형’을 발사했는데, 이전 모델보다 고도와 비행시간이 모두 향상돼 러시아의 지원이 강하게 의심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대전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가장 크게 우려한 대목이기도 한데요. 북한군이 한국전 이후 베트남전이나 시리아 내전에 조금 보낸 적은 있지만 대규모 본격적인 해외 파병은 사실상 처음입니다. 그동안 현대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는데, 실전 경험을 쌓아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죠. 희생이 발생하더라도 전술적 경험을 쌓는다면 향후 우리나라와의 군사적 충돌 시에 써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우려가 될 수밖에 없는 지점입니다.
▶군사적 밀착에서 ‘빌런 동맹’으로?
또 하나, 지난달 12일 방송에서 ‘두 국가론’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우리와 북한이 통일을 일단 포기하고 다른 국가임을 인정하자는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북한도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해드렸고요. 북한의 이번 파병도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간 북한은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비핵화를 중심으로 협상해왔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죠. 그래서 이제는 국제사회에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고,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해 본격적인 핵 보유국으로 나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이나 우리를 건너뛰고 이른바 ‘빌런 동맹’을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군인 몇 명쯤 죽어도 괜찮다는 심정으로 이번 파병이 추진됐을 수 있다는 것이죠.
윤석열 대통령은 "러‧북 군사 야합을 좌시할 수 없다"고 말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우리가 한국전쟁을 겪을 때 외국에서 우리를 도와준 것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이유 없이 침략을 당했으니 우리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전투 식량, 방독면, 천막, 발전기, 굴착기, 의약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순간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무기 지원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무기를 보내야 할 경우 방어용 무기를 먼저 보내는 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도입한 호크 미사일이 대표적인데요. 현재 천궁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도 우리 안보에 공백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하네요. 공격용 살상 무기 지원 역시 배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참관단도 파병” vs “개인 파병은 가능”
더 나아가 우리도 파병하는 안도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정부는 국군 파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파병 논란이 거세죠. 민주당은 정부가 보내겠다고 하는 참관단도 파병이라고 보내지 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해드린 대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현대전을 경험하고 있을 테니, 우리도 북한군의 전투 상황을 관찰하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입니다. 북한군 포로가 잡혀 오면 신문에도 참여해서 북한군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정보를 받고 투입됐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고요.
민주당은 참관단도 결국 파병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헌법 60조 2항에 따르면 국회는 국군의 외국 파병에 동의권이 있습니다. 국회의 동의 없이 파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현재 민주당이 국회의 다수당이니, 파병을 하려면 동의를 받으라는 게 민주당 입장입니다. 정부에선 국방부 장관 훈령에서도 국회 동의 없이 개인단위 해외 파병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미 UN 평화유지군 다국적 평화유지 활동을 이 방식으로 하고 있는 만큼 참관단 파병은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남의 나라 전쟁에 왜 우리가 끼어드느냐,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이 낮으니 전쟁을 일으켜 이를 타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파병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위장 파병'으로 평가됩니다. 북한은 자국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숨기고 있죠. 전장에서 총알받이로 죽을 수도 있는데, 국민들에게 이런 중차대한 일을 알리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군인들에게 위조 여권을 주어 러시아에 보내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전례가 없다는 거죠. 독재 국가라서 가능한, 상당히 부도덕한 행위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죠. 이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입니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해왔죠. 물론 구체적 방법은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우크라이나의 영토 일부를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자는 제안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어떤 식으로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버리면 북한군도 원대 복귀해야겠죠. 다만 천하의 트럼프라도, 3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을 단박에 끝내기에는 복잡한 상황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퀴즈 나갑니다.
정답을 아신다면 유튜브에 ‘동앵과 뉴스터디’를 검색해서 해당 영상에 댓글 남겨주세요. 추첨을 통해 시원한 커피를 드립니다.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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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 김정연 작가, 정현우 기자
연출: 황진선 PD
편집: 박현아‧허수연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