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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예외’ 검토하다 주4일제? 이재명 ‘갈지자 행보’ 속사정은 [런치정치]

2025-02-10 12:25 정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주4일제'를 언급하는 순간, 여당 의원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최근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던 이 대표가 말을 뒤집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진심이 뭡니까, 도대체?"라고 항의했죠. 이에 이 대표가 "한 마디만 더 드리겠다'며 원고에 없던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노동시간) 유연화를 하더라도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이야기를 누가 하나"라고요. 이 대표의 진짜 생각이 뭔지 취재진 사이에서도 해석이 분분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웅성거리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중단해달라 손짓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8년 전만 해도 "재벌 체제 해제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2017년 1월)던 이재명 대표. 설명절 전후해 8년 전과는 확 달라진 '우클릭' 메시지를 쏟아냈죠.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 기업의 성장 발전이 곧 국가 경제의 발전"(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이라고요. 지난 3일 본인이 직접 주재한 토론회에선 재계와 여당이 주장해온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좀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해주냐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죠. 하지만 최근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입니다. 주 52시간제 예외는 좀 더 시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죠. 이 대표의 우클릭, 이렇게 오락가락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클릭, 숨은 계파 갈등 끌어낼까봐 우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노동계와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반발이겠죠. 이인영 의원은 "민주당은 윤석열이 아니다. 몰아서 일하는 게 왜 안 되냐는 건 실용이 아닌 퇴행"이라고 비판했고, 이 대표 영입인재인 이용우 의원마저 "연구개발 노동자를 쥐어짠다고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으니까요.

친명계에서도 우클릭 논란을 두고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우클릭이 이 대표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비판할 명분을 줘 고민"이라면서 "이러다 숨어있던 내부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내는 기제가 될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는데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충돌했던 것처럼, 이 대표의 우클릭을 놓고 또다시 부딪힐까 우려된다는 겁니다. 당내 강성 지지자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다가, 오히려 중도층이 계파갈등에 실망해 떠나버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중도층을 겨냥해 내놓은 '우클릭' 메시지를 다시 거둬들이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존경하는 박근혜'라 하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죠. "표를 얻기 위해 말을 뒤집는다" "대선후보급 정치인의 언어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는데요. 이 대표가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내에선 '우클릭 속도조절' 관측

당내에선 이 대표가 결국 시기를 두고 '우클릭'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이 대표가 오늘 아침까지 다듬었다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에는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위원회' 설치와 '노동시간 단축과 주4일 근무'라는 대목이 들어갔습니다. 최근 보였던 일련의 우클릭 행보와 비교하면, 다시 '일부 좌클릭'한 셈입니다. "공정 성장으로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이번엔 성장과 양극화 해소, 그러니까 보수와 진보의 화두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이 대표의 '갈지(之)자' 행보에, 이 대표 측 인사들은 "이재명은 좌우 따지지 않고, 당장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제 중심적 사람'"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반면, 이 대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매번 말이 바뀌는 건 결국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지 비전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데요.

이재명 "다수 국민 반대하면 밀어붙이면 안 돼"

이 대표는 최근 지도부 관계자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언급하면서 "정치인은 개인적 이념이 있지만,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면 그 생각을 밀어붙일 게 아니라 고민해서 설득해보고, 그게 안 되면 결국엔 국민 편에 서야 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 도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국민 여론을 보고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밝힌 겁니다. '실용주의'를 앞세우며 180도 변신했다 다시 속도조절에 나선 이 대표. 어떤 방식으로 국민의 편에 설지, 진정성을 보여줄지 국민들은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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