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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찾는 ‘어둠’의 방…‘콘클라베’

2025-03-24 11:22 문화

 영화 '콘클라베' 중 한 장면

어두운 터널 속, 어디론가 향하는 급한 발걸음. 엘리베이터에서 서둘러 내리는 신부들.

바티칸 교황청이 이처럼 소란스러워진 건 교황이 선종했기 때문. 교황이 영원히 잠들었음을 확인한 방 안에서 교황의 '공석'이 공식 선언되며 영화 '콘클라베'는 시작된다.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로 '콘 클라비스'(Con clavis),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한다.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선거 방식이다. 영화는 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단장을 맡아 선거를 총괄하는 추기경 '로렌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교황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들이 속속 도착하고, 핸드폰 반납은 물론, 도청 방지 장치까지 설치되고서야 바티칸의 스시티나 성당은 굳게 닫힌다. 시스티나 성당은 외부의 소식에서 단절된 채로 과반 득표한 교황 후보자를 찾는 지난한 절차에 접어든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자 로마의 주교인 교황은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아버지이다. 또 바티칸 시국의 원수인 정치인이다. 이 교황을 투표로 뽑는 절차 '콘클라베'도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영화는 이 고도의 정치 싸움이 펼쳐지는 비밀회의 깊숙한 곳으로 카메라를 이끈다. 의상과 미술, 화면의 색감도 보는 맛을 더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인 교황도 사실 한 사람, 인간이라는 점을 드러내는 점에서는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두 교황(The Two Popes)'과 유사하다. 하지만 두 교황이 더욱 따뜻한 감성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것과 달리, '콘클라베'는 시종 차갑다. 온갖 고발과 음해가 난무하는 동안 도대체 어떤 인물이 교황이 될지 지켜보는 일은 서스펜스 스릴러에서 범인을 가려내는 결말을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흥미롭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이 비밀회의에 참가한 추기경이라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누구를 떨어뜨릴 것인가?' '스스로에게 투표할 수 있는가?' '치명적 결함이 있는 교황의 선출을 지지할 수 있는가?'

마침내 굴뚝에 검은 연기 대신 흰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어둠 속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올해 제9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고, 31회 미국 배우 조합상에서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수상했다. 78회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을 휩쓸었다. 82회 골든 글로브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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