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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실용 성장’=문재인과 차별화?…탈원전, 종부세 다른 길[런치정치]

2025-02-03 11:52 정치

'주 52시간 근무제'는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됐죠.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 반도체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적용할지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재계와 여당은 이 조항이 들어간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주장해왔지만, 민주당은 반대해왔죠. 노동계 반발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주 52시간제 예외’를 검토해보겠다고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겁니다. 이 예외 조항을 수용한다면 이재명 대표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는 다른 길을 가는 셈이죠.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최근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연일 ‘탈이념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면서요. 중도층 공략을 위해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겁니다. 앞서 당내 반대 여론에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결정한 만큼, '주 52시간 근무 예외'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 이면에는 문재인 정부 정책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습니다.

"文 탈원전‧부동산 정책 반대로 가야"

친명계와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중도층을 중심으로 '민주당이 집권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막연한 불안함이 있다고요.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집권 가능성이 커진 민주당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생각이 나서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문재인 정부 정책과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과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거죠. 탈원전 정책이든 부동산 정책이든 확실하게 "틀렸다"고 반성하고, 실용주의 관점에서 경제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집권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달라진 행보를 보여왔는데요.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2138억 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에 합의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원안보다 1억 원 증액된 규모입니다. 1년 전에는 야당 단독으로 원전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1년 만에 달라진 거죠.

지난달에는 이언주 최고위원 주관으로 원전 전문가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원래 이 대표도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상 불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종합부동산세'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때 '종부세 완화'를 시사했죠. "종부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든 측면이 있어 근본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요.

당시 친문계 김두관 후보가 "종부세는 민주당의 근간"이라고 하자 "종부세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받아치면서 친명·친문 간 노선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2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의 피습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상황 바뀌었으니 정책 우선순위 조정"

다만 계파 간 통합을 신경 써야 하는 이재명 대표로서는 대놓고 과거 정책이 잘못됐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조심스럽게 얘기하더군요. "문재인 정부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상황이 바뀌었으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려는 것"이라고요.


 이재명 대표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 했다.

이재명 대표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실용주의를 천명했습니다.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실용주의자"라고 했고, 지난달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민주당의 주된 가치는 실용주의"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실용주의 행보가 조기 대선을 위한 '쇼'라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보호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의 실용주의를 "감옥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규정했습니다.

이 대표의 한계,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대통령이 되기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점이죠. 이 대표의 실용주의가 집권을 위한 계산이나 전략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보인지, 국민들은 계속 지켜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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