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이후 SNS 글 멈춰…그때부터 고심"

오 시장의 핵심 측근은 SNS를 보면 불출마 고민이 시작된 시점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조기 대선 몸풀기에 나서면서 이틀에 한 번 꼴로, 많으면 하루에 세 번 넘게도 글을 올렸는데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저격은 물론 헌법재판소 비판, 정치 현안까지 이슈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의 페이스북은 대통령 탄핵 선고일인 4일 전날인 3일 '트럼프 관세 공세, 패키지 딜로 극복해야한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멈췄습니다.
불출마 선언 당일까지 올라온 정치 현안 글은 아예 없었던 거죠. 오 시장 측은 채널A에 "정치 메시지가 탄핵 이후로 딱 멈췄는데 그때부터 실은 출마 여부를 두고 시장님 고민이 깊었다"고 했습니다.
"왜 지지율 안 나오나" 전방위 고민 상담
오 시장 측근과 국민의힘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 시장의 결정적인 고민 지점은 낮은 지지율에 있었습니다.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지만, 토지거래허가제 번복 여파로 지지율이 주춤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내 경선에 참여하게 된다면 '빅 4'에는 적어도 들어야 하는데,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불안감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본선에 진출하면 서울시장 직을 내던져야 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입니다.
오 시장 측은 "경선에서 이기려면 다른 후보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하고 그래야 존재감도 커지는데 과연 그 모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오 시장은 불출마 선언 전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전방위로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주 금요일(11일) 권성동 원내대표와 꽤 긴 시간 독대했다고 합니다. 군대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동기라 친구같은 사이지만 이번 만남은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정치적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불출마 선언 하루 전날 오 시장과 통화했던 한 의원은 "낮은 지지율로 고민이 상당히 깊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또다른 중진 의원은 "최근 오 시장이 통화에서 지지율 오르지 않는 이유를 묻길래 '토지거래허가제 번복'과 '명태균 이슈'가 크다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한덕수 옹립 분위기에 아쉬움 토로"

이런 가운데 대통령 탄핵 직후 불거져 나온 '한덕수 대망론'이 오 시장의 불출마 결심에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 사정을 잘 아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지난주 초쯤 오 시장과 한 대행이 만난 걸로 안다"며 "당시 오 시장이 한 대행에게 출마 여부를 물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한 대행은 출마 안 한다고 했지만 대망론이 계속 커졌고, '의원 50여 명의 한덕수 지지설'까지 돌자 오 시장이 불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라고 했는데요.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은 뼈 있는 말을 남겼죠. "지난 일주일간 당의 모습을 보면서 깊은 아쉬움과 염려를 지울 수 없었다"고요. '한덕수 대망론'을 띄운 당내 의원들을 우회적으로 저격한 거죠. 한 대행을 향해서도 "대통령 하겠다는 분은 본인의 의지, 결단력이 중요하다. 스스로의 결단의 의지로 임해달라"고 했습니다.
오 시장은 권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도 '한 대행 출마 촉구'를 주도하는 의원들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하더군요. "오 시장이 어떻게 보면 불출마 명분을 찾고 있었을 것"이라고요. "돌아가는 판을 보니 내 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고, 대선 출마를 기정 사실화한 상황에서 사퇴하고 싶지만 그 명분이 필요하지 않았겠냐"고 해석했습니다.
"현명하게 판단" vs "또 물러나"
최근까지도 지지를 당부했던 오 시장의 전략적 후퇴 결정에 당내 의원들 반응은 어떨까요. 잘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실망스럽다는 반응, 공존합니다.
한 의원은 "오 시장이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며 "지금 여론조사도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경선에서도 저조하게 지면 천하의 망신이 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오 시장을 지지했던 또다른 중진 의원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미 (나는) 오세훈 사람으로 낙인 됐는데 이제 바보가 된 것"이라며 무상급식 이슈 회복하는 데만 10년 걸렸는데 그게 아물고 있는 과정에서 또 물러나버리니까 참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오 시장 결정, 훗날 어떻게 평가할까요. 불출마를 선언한 오 시장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 힘을 실어줄까요. 정권 재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예고한 오 시장,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