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직영 보호소인데 시설은 개농장
충남 청양군이 직접 운영한다는 유기견 보호소에 찾아가 봤습니다. 비닐하우스 한 채에 작은 마당이 전부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17마리의 개들이 있었는데, 곧 16마리가 됐습니다. 저희가 갔을 때 쓰러져 겨우 미동만 있던 강아지 한마리가 병원에 옮겨진 후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이 강아지는 보호소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됐습니다. 어미로 추정되는 개와 같이 맡겨졌습니다. 개가 갇힌 곳, 배설물이 빠지기 쉽게 바닥까지 철장으로 된 뜬장입니다. 동물보호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는 발이 빠질 만한 뜬장은 사용하지 못하게 돼있지만 시행규칙을 어긴 겁니다.
뜬장 속 개들은 걸음부터 위태로웠습니다. 철장은 개털과 배설물로 뒤엉켜있습니다. 사료엔 곰팡이가 피었고 물은 오염됐습니다. 보호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처참한 환경. 새끼강아지의 면역으론 버틸 수 없었을 겁니다.
김세희 부대표
“여기 뜬장 좀 내려주세요! 주무관님, 애들!”
청양군청 관계자
“제가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김세희 부대표
“그냥 뜬장을 내려주세요. 그러면 저희가 와서 뜬장 내려드릴까요? 청소 해드리고요? 뜬장 좀 내려주세요. 이 공간만이라도 깨끗하게 관리를 해달란 말이에요.”
청양군청 관계자
“돈도 없고 사람도 없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게 최선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죠. … 그래도 잘하는 편이에요.”
청양군청은 주민 반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주민은 “동의도 없이 보호소가 들어와 힘들다”며 보호소에 CCTV를 설치하려고만 해도 거세게 반발합니다.
발 빠지는 뜬장 이외에도 법 위반 사항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동물보호법상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방범시설 및 외부인을 통제하는 장치가 있어야 하고 △급수 및 배수 시설을 갖춰야 하며 △매일 1회 이상 분변을 청소해야 합니다. 청양군 보호소는 이 모두를 어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을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 보호소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 개선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산에다 풀어놓고 “보호 중”…시름시름 앓는 개들
민간보호소도 찾아가 봤습니다. 아산시에 있는 한 민간보호소는 울타리도 없이 개들을 산에 풀어놓습니다. 저희가 차량으로 도착하자마자 개들이 사방에서 모여들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산길을 걸으니 머지않아 수십 마리가 됐습니다. 개들은 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이 사는 동네도 오가고, 인근 공사장이나 사업장까지 들락날락합니다.
산에 풀어다놓으면 개들은 자유롭겠지 생각했습니다. 개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뒤져 씹고 있었고, 피부병으로 드러난 살갗을 계속 긁었습니다. 중성화하지 않은 개들이 새끼를 계속 낳기 때문에 개체수 관리도 어렵습니다.
숲 안쪽까지 살피던 중 보호소 주인 A 씨가 나타났습니다. 시 보호소나 동물병원에서 안락사를 앞두고 있는 개들을 데려오다보니, 300마리까지 늘었다는 겁니다. 혼자 300마리를 돌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데, A 씨는 “잘 하고 있다”며 “주민들도 이해해주고 있다”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송영남 / 인근 상인
“동네까지 다 다녀요. 한 대여섯 마리씩, 많게는 열 마리. 몇 년 됐어요. 민원 넣고 해도 처리가 안 되는 거야.”
지난 4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돼 이제 민간보호소는 신고를 해야 합니다. 문제는 A 씨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가축분뇨법상 개를 키울 수 없는 지역이라 신고할 수가 없는 겁니다. 신고하려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300마리의 개를 수용할 만한 땅과 시설을 지을 여력도 없습니다.
미신고 보호소는 지자체가 폐쇄할 수 있지만, 당장은 유예기간입니다. 유예기간이 지나도 폐쇄 후 300마리를 보호할 방법은 마땅치 않습니다. 지자체는 A 씨가 기준을 갖춰 보호소를 만들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민간보호소가 신고제로 바뀌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보호소 102곳 중 90%가 기준 미달로, 신고할 수가 없습니다. 허울뿐인 유기견 보호소엔 지금도 버려진 개들이 또한번 상처를 받고 있습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현장 카메라]후원금 챙기고 보호는 버린 ‘유기견 보호소’
<뉴스A, 지난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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