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순간이 우리에겐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성진)
프레젠트(present)라는 단어에는 현재, 그리고 선물이라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데이식스DAY6가 20~21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선사한 단독 콘서트의 타이틀이 '2024 DAY6 Special Concert 'The Present(스페셜 콘서트 더 프레젠트)인 이유다.
데이식스가 이 타이틀을 걸고 연말 콘서트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2019년, 지난해에도 12월 크리스마스 즈음에 팬들과 만났지만 올해는 의미가 남다르다. ‘군백기’를 마치고 완전체가 된 데이식스가 커리어의 정점에서, 국내 밴드 사상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이번 콘서트는 데이식스의 현재이자 데이식스와 팬들 서로를 위한 선물 그 자체였다. 단일 회차 역대 최대 규모인 1만9천석, 이틀간 3만8천석은 티켓 오픈 직후 매진됐다. 지난 2015년 데뷔 후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던 서울 마포구 예스24 무브홀의 규모가 1천석이었던 것에 비하면 무려 38배가 됐다. 공연 마지막 날 21일에는 Beyond LIVE(비욘드 라이브) 플랫폼에서 온라인 유료 생중계를 동시 진행했다.
◆숨죽인 오프닝… 선물같은 선곡
마이너 사운드의 인트로 음악과 함께 데이식스 멤버들이 어두운 무대 위로 오르자 객석은 환호 대신 침묵이 감돌았다. 데이식스 멤버들이 소통 플랫폼이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의외의 선곡"을 예고했던 터라 모두 숨죽인 채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포문을 연 건 2015년 데이식스의 데뷔 앨범(미니 1집) 수록곡인 컬러스(Colors). 이어서 지난 2017년에 발매했던 '누군가 필요해' 불렀다. 두곡 모두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로 '찐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데이식스의 숨겨진 명곡이기도 하다. 근래에 라이브로 부른 적이 없던 곡들인 만큼 공연이 끝난 뒤 SNS에는 "한을 풀었다" "꿈같은 구간이었다"는 등의 후기가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5년차 마이데이(데이식스 팬덤명)인 박소영씨는 "공연에서 정말 듣고 싶었던 곡들"이었다며 "군복무 이후 완전체로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고 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월 발매한 미니 9집 수록곡 '괴물'이 이어졌다. "외로워, 몸부림을 쳐도 내 편은 없어"라며 절규하는 무대가 더해지면서 3곡이 한 묶음으로 구성되는 '외로움에 대한 연작'을 보는듯했다.
처음 라이브로 선보인 곡들도 눈길을 끌었다. 다채로운 드럼 비트가 인상적인 'Counter(카운터, 미니 9집)', 코드 진행이 독특한 'I'm fine(아임 파인, 미니 9집)' 등 최신 앨범 수록곡들이 세트리스트(setlist)에 신선함을 더했다.
◆오케스트라로 웅장하게, 독주로 돋보이게
연말 '스페셜 콘서트'인만큼 이번 무대에는 특별함을 더해주는 비장의 무기들이 있었다. 먼저 56인조로 구성된 대규모 현악 오케스트라. 무대 LED 스크린이 올라가면서 드러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데이식스는 비교적 최신 곡인 '아직 거기 살아(2024년 미니 9집)' '그게 너의 사랑인지 몰랐어(2024년 미니 8집)'를 비롯해 역주행곡 '예뻤어(2017년)' 데뷔곡 'Conglatulations(콩그레츌레이션스, 2015년 미니1집)' 등 총 9곡을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선사했다. 성진, Young K(영케이), 원필, 도운의 환상적인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져 감동을 더했다.
특히 원필은 오케스트라 편곡에서 전자 건반과 함께 업라이트 피아노를 연주했다. '아직 거기 살아'에서는 노래가 끝난 뒤에도 원필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이 꽤 긴 시간 이어지면서 클래식 공연을 보는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영케이의 깜짝 베이스 독주도 눈길을 끌었다. 2018년 발매된 미니 3집의 타이틀곡 'Shoot me(슛 미)'는 원래 리더 성진의 기타 독주로 끝나는데 그 전에 영케이의 베이스 독주를 추가한 것. 곡이 끝난 뒤에도 객석에서 '한번 더'를 연호하며 열광했자 결국 베이스 독주만 다시 연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케이는 "뭔가를 여기에 넣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듣는 사람들은) 당연히 기타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라며 "굉장히 많은 버전들을 짰다"고 작업 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 전체적으로 (베이스 파트를) 이것 저것 많이 바꿨다. 그런 걸 찾는 음악적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뿌듯해하자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다채로운 무대연출…공연 함께 만드는 '마이데이'
무대는 본무대와 플로어 객석 중앙에 있는 돌출무대로 구성됐는데 돌출 무대에서 팬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데이식스 공연의 필수 코너인 '마이데이 노래방'. 데이식스가 연주하고 마이데이가 노래를 부르는 순서다. 뛰어난 떼창으로 유명한 마이데이가 '둘도 아닌 하나'(2021년 미니 7집) 'Healer'(힐러, 2021년 미니 7집)를 완벽하게 소화해 멤버들을 놀라게 했다.
도운은 "세레나데를 듣고 싶다"며 '좋아합니다'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 아름다운 무반주 떼창이 고척돔을 가득 채웠다. 영케이는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며 "저희가 불렀을 때도 느낌이 좋은 곡인 것 같고 여러분들이 불러주셨을 때 더 좋은 곡인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5개의 대형 LED 스크린에서는 곡의 분위기에 맞는 영상들이 상영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행복했던 날들이었다(2018년 미니 4집)'에서는 올 한해 데이식스의 공연과 각종 수상 사진들이 파노라마 형식으로 흘러가며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슛 미'를 비롯해 팬들 사이에서 일명 '마라 식스(매운맛의 데이식스 음악)'구간으로 불리는 '아 왜(2017년 정규 1집)' '어떻게 말해' 'Sweet Chaos(스위트 카오스, 2019년 정규 3집)' 등이 이어질 때는 원색의 레이저 빔이 뒤섞이면서 화려한 레이저 쇼를 방불케 했다.
◆“마이데이 덕분에 버텨...사랑합니다!”
공식적인 본 공연이 끝난 뒤 이동차, 일명 '토롯코'를 타고 객석 1층 쪽으로 등장한 멤버들은 앵콜곡으로 '세이 와우(Say Wow, 2017년 정규 1집)' 'Sing me(싱 미, 2016년 미니 2집)' 'Free하게(프리하게, 2015년 미니 1집)'를 부르며 객석 가까이서 팬들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했다. 악기에서 자유로워진 멤버들은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소통했다. 원필은 ‘사랑한다’는 말을 수어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서 본 무대로 돌아와 'Welcome to the show(웰컴투더쇼, 2024년 미니 8집)' 'Best Part(베스트 파트, 2019년 미니 5집)'까지 열창한 멤버들은 각자 소감을 전했다.
원필 "올해도 마이데이 덕분에 다 버틸 수 있어요.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존재만으로도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성진 ”여러분들이 생각보다 멋있는 사람들이에요. 실제로 저희 지인 분들 항상 공연장 와서 마이데이 진짜 멋있다고 하는 분들이 태반이에요. 그러니까 본인들 삶에 정말 각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운 "기뻐하는 여러분의 표정을 보면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로 인해서 무대 위가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성장하는 아티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케이 "사랑이 뭔지 정확히 모르면서 가사에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2019년 이곳에서 U2의 공연을 봤는데 ‘러브 유(Love you)!’ 외치면서 사랑을 전파해주셨어요. 그들이 가진 사랑의 크기가 줄어들지 않고 커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무대 위에서 가사로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에 너무 각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늘까지 오게 됐고, 이 자리에서 드디어 외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녹아내려요'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까지 준비한 앵콜곡까지 모두 끝난 뒤에도 팬들의 앵콜 요청이 이어졌다. 데이식스 멤버들은 무대를 등지고 돌아선 채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이내 영케이가 운을 띄웠다.
“저희의 쇼,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희의 무대 더 이상 혼자가 아닐 것 같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계속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쇼를 마치는 마지막 곡이 쇼의 시작을 알리는 ‘웰컴투더쇼’였다.
내년에 데뷔 10주년을 맞는 데이식스는 "어떻게 하면 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 지 늘 고민하는데 서로에게 힘을 얻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이데이가 저희의 행복이자 자부심인만큼, 저희도 마이데이에게 자랑스러운 DAY6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래오래 함께 천천히 걸어가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