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한 산불로 3천 7백채가 넘는 주택이 잿더미가 됐습니다.
배유미 기자가 화마가 덮친 마을을 다녀봤습니다.
[기자]
윤이 나던 장독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애써 담근 장도 못쓰게 됐습니다.
연신 손으로 쓸어보던 할머니는 끝내 포기합니다.
[박말분 / 피해주민]
"된장도 보기 싫어서 퍼내고 하다가 도저히 손이 찔려서 안되서 놔뒀어."
3년 전 홍수피해가 났을 때만 해도 어떻게든 견디고 이겨냈습니다.
이번 산불은 삶의 터전을 아예 앗아갔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합니다.
[박말분 / 피해주민]
"떠나면 살아내나. 돈이 있어야 떠나지. 못가요. 못가."
아랫마을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한 부인을 부축해 겨우 화마에서 벗어났습니다.
[김운규/ 피해주민]
"(아내가) 못나오니까 창을 깼지요. (높아서) 벌통을 밟고 올라갔어요."
하지만 수십 년간 살아온 집은 구해내지 못했습니다.
생계수단이었던 양봉 역시 접어야 할 판입니다.
벌들은 모두 화마에 스러지고 벌집은 모두 잿더미가 됐습니다.
[김운규 / 산불 피해주민]
"이게 벌집이잖아."
양계장도 모두 탔습니다.
공들여 키웠던 닭 5만 5천 여 마리도 사라졌습니다.
10년 넘게 이 양계장에서 일했던 중국인 부부,
닭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던 꿈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김영옥 / 피해주민]
"평생 있으려고 했는데. 십몇 년됐어요. 아무도 없어요."
좁다란 고갯길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은 불에 타 폭삭 주저 앉았습니다.
집과 비닐하우스 등은 물론 곳곳에 산개한 농경지 피해를 확인하는 것도 여간 큰 일이 아닙니다.
[현장음]
"시간이 오래 걸려요. 집은 여기 있어도 과수원은 다 흩어져 있거든요."
경북 북부를 강타한 산불로 주택 3천703채가 전소되는 등 시간이 갈수록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늘고 있습니다.
아직도 3천 명 넘는 주민이 집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배유미입니다.
영상취재 : 김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