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김수민 부장검사가 '강남 납치·살해'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시스)

지난달 발생한 '강남 여성 납치 강도살해 사건'은 피해 여성이 가진 가상화폐를 노린 일당의 '계획적 살인'인 걸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7, 8월쯤, P코인 투자자였던 이경우가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게 범행을 먼저 제안한 걸로 파악했습니다. 부부가 숨진 여성과 과거 P코인 투자를 놓고 갈등 중인 상황을 이용해, "수십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고 피해여성을 살해하자"고 제안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입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이경우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9월쯤 착수금조로 7천만 원을 주고 범행을 준비했습니다. 반년 전부터 준비하고 계획해 저지른 범행이었던 겁니다.

이후 이경우는 지인인 황대한과 연지호를 끌어들여, 피해여성을 미행하며 범행 시점을 노리다가, 지난달 29일 밤 11시 45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여성을 납치했습니다.
납치한 여성의 가상화폐를 가로채려고 여성에게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협박했지만, 여성은 납치과정에서 투입된 마취약물 영향으로 정확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3시간 넘게 이뤄진 피해 여성 휴대전화를 이용한 코인 계정 접속 시도가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일당은 여성을 살해하기로 하고 "처리하자" 등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에서 송치받은 뒤 암매장 장소 현장검증과 함께 압수물 전면 재분석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유상원 황은희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를 강도살인과 강도 예비죄 등으로 구속 기소했습니다. 황은희의 남편인 유상원은 강도예비죄로 구속 기소, 이경우의 아내 A 씨는 강도 방조와 마약법위반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애초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일당 5명에게 살인예비 혐의도 적용했지만, 검찰은 강도살인·강도예비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황은희가 서울구치소에서 쓴 노트도 확보했습니다. 이 노트에는 이경우에게 살해 준비 착수금으로 건넨 7천만 원에 대해 수사기관 조사에서 어떻게 소명할 지를 황은희가 정리한 내용과, 숨진 피해자를 원망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경우가 유상원 부부에게서 받은 범행 착수금 7천만 원은 추징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