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식목일인 '식수절' 날짜를 변경하며 반미 의식을 주장했습니다. 핵 무력 도발 및 이에 대한 제재 등으로 미국과 대립하는 가운데 식목일 날짜 변경에도 미국과의 대립을 강조한 겁니다.
26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식수절을 기존 3월 2일에서 14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정령을 전날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발표했습니다. 정령에선 1952년 3월 14일에 "김일성 동지가 미제(美帝)의 야수적 폭격으로 파괴된 산림을 전 군중적 운동으로 복구할 데 대한 지시를 한 역사의 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식목일 날짜를 두 번 변경했습니다. 당초에는 1947년 김일성 주석이 문수봉에 나무를 심은 날인 4월 6일로 정했다가 김정일 집권 시기인 1999년에 3월 2일로 바꿨습니다. 이날은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산림조성 구상을 제시한 날이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이번 변경은 김일성 주석 등 김 씨 일가의 업적에 반미 의식을 담았습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사자가 대거 발생했고 식량, 땔감 사용을 위해 무분별하게 산림을 개간했는데 이것이 미국 탓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식목일 날짜 변경에도 반미 의식을 담아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해석합니다.
한편, 올해 식목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만 살림집 건설이 한창인 평양 화성지구를 방문해 전나무 2그루를 심었고, 북한 당국은 그 근처에 1만여 그루를 더 심고 기념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