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 겸허히 받아들입니다."(지난 19일)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19일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를 해제한지 불과 한 달 만에 번복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달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가, 집값이 급등하자 서울 강남3구‧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지정 지역을 확대한 건데요.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쏘공(오세훈 시장이 쏘아올린 공)'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죠. 당내에선 '오 시장의 뼈아픈 실책'이란 반응이 나왔습니다.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라이벌로 맞붙게 될 여권 잠룡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비판에 나섰습니다. 야당보다 더 아프게 때린 거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오락가락, 우왕좌왕 부동산 정책"이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책을 번복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문재인 정권의 바보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수 정권이 되풀이해서야 되겠냐"고 맹공했죠. 안철수 의원은 "서울 부동산 값이 폭등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오 시장의 토허제 재지정은 "위헌적 행정 조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런데 토허제를 둘러싼 당내 기싸움, 오 시장만 실점하는 게임일까요? 다른 주자들은 오 시장 실책에 표정관리만 하고 있는 걸까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던 국민의힘, 스탭이 꼬인 건 아닐까요?

"보수 지지층에 악영향"
"오 시장 개인 차원의 해프닝"이라고 선긋는 당내 인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토허제 재지정이 당에도 부정적"이라고 보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오 시장이 당초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을 때, 서울 강남 민심이나 보수 지지층을 노린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죠. 주민들이 제기한 '재산권 행사'라는 명분도 보수층에 어필하는 구호였고요.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한 당협위원장은 "애초에 해제됐다가 재지정된 지역들이 다 우리 표밭"이라면서 "오 시장이 그걸 노리고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푼 것이겠지만, 그걸 확 다시 묶어버렸으니 지역 민심이 악화될 것은 뻔하다"고 말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 주택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해지죠. 규제가 풀린 사이 과감하게 갭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토허제 재지정으로 거래가 어려워질 경우 정부여당을 탓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조기대선 국면에 들어선다면 '토허제 재지정'이 당내 경선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한 당내 인사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주자들끼리 부동산 이슈로 지지고볶고 할 것"이라고요.
유권자 표심을 자극하는 부동산 문제를 잘못 건드린 오 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겠지만, 다른 여당 주자들에게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토허제는 서울시 뿐 아니라 정부가 함께 관여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조기 대선 과정에서 '과연 보수 정당의 부동산 정책관리 능력이 있는가'가 논쟁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제대로 된 정책, 공약 없이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위기감도 느끼는 분위기입니다.
與 돌파구는 '문재인 탓'?
그래서 국민의힘의 돌파구는 무엇일까요. 결국 부동산 시장의 오랜 실패 탓을 전 정권에 돌리고, 시선을 바깥으로 돌리는 전략이었습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강남 집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과도하게 물리면서 나타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진단하더라고요. 결국 지금 부동산 시장 혼란도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기인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당이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1주택 소유자가 두번째 주택을 지방에서 사면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중과세를 폐지하는 안이라는 겁니다. 윤 원장, "강남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면서 "지방에 부동산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다른 당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도에 대해서도 "꼭 써야 한다면 쓸 때 잘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처럼 말도 안 되는 정책은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약을 언제 쓰느냐를 더 정교하게 분석하고, 제도 신뢰성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정책 안정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더라고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1가구 1주택자는 규제할 필요가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중도보수로 우클릭하는 이 대표에 맞서 국민의힘이 어떤 부동산 정책으로 맞설지 관심이 쏠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