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를 맞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의 북일 정상회담 개최 의지에 대해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북일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9년 만에 미국을 국빈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10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진 후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국들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북일 회담에 대해 논의 했다고 밝히며 "일본과 일본 총리에 대한 믿음이 있다. 우리(미국)도 대화에 열려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언제든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도 "북일 간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이 일본과 북한 모두에 이익이 되고 지역 평화와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해 인권 및 인도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우리는 둘 다 동의한다"라고 밝히며 북일 정상회담의 의제로 인권이나 북핵 위협 등이 논의 돼야 한다는 원칙을 조건처럼 내걸었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정권도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의 몫까지 더해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입장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일 동맹 역할의 확장도 논의가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동맹이 세계의 등대(beacon)가 됐다. 미일 양국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다”고 밝히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 지원을 염두에 둔 ‘마사일 공동 생산’을 위한 협의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군사 협력도 다른 나라를 포함시킨 다자 형태로 훈련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호주, 일본이 처음으로 공중 미사일 및 방어체계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고 미국과 일본, 영국은 처음으로 3국 군(軍)간 훈련을 실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와 관련해서도 "인공지능(AI), 자율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첨단 능력에 초점을 맞춘 첨단군사역량 프로젝트 '필러(pillar) 2'에 일본이 참여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결국 중국을 향한 견제의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우리가 남중국해를 포함해 항해의 자유를 옹호하고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는) 미국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설 수 있도록 한국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용감한 조치도 취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