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다에서 베트남 다낭의 한 숙소를 예약하는 페이지. 첫 예약 화면의 금액은 24만 4737원이지만 최종 결제 금액은 세금과 봉사료 등을 포함해 33만 2538원. 또, 특가 상품이라는 이유로 '환불 불가' 상품이라고 돼있음. (출처: 아고다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숙박 플랫폼에서 예약 페이지에 최종 가격을 알아보기 어렵게 표시하는 ‘다크패턴’이 다수 발견돼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국소비자원이 오늘 밝혔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상담 접수가 많은 글로벌 숙박 플랫폼 5곳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숙박 플랫폼 이용 시 소비자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조사대상 5개 업체 중 트립닷컴을 제외한 △아고다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등 4개 업체에서 다크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아고다는 첫 페이지에 세금·수수료를 제외한 일부 금액만 표시했고, 부킹닷컴은 상품에 따라 추가 요금을 제외한 금액을 표시하고 아래에 ‘세금·기타 요금’을 작게 써놨습니다. 호텔스닷컴과 익스피디아는 세금·수수료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을 크게 표시하고, 아래에 최종 결제 금액을 작은 글씨로 함께 표시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원이 최근 1년간 글로벌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500명에게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도 57.2%(286명)가 “최초 표시 가격보다 최종 결제단계에서 더 큰 금액이 청구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예약 취소 시 숙박업소의 환불 불가 조건을 적용해 환불을 거부하는 등 부당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최모 씨는 지난 3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해외 호텔을 예약하고 예약 당일 취소를 요청했습니다. 숙박 예정일까지 약 3개월이 남았지만 취소 불가 약관에 따라 환급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정모 씨도 지난 2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을 통해 해외 호텔을 예약하고 예약한 당일 예약 취소를 요청하였으나, 사업자는 약관에 따라 취소 수수료로 1박 요금을 부과한다며 1박 요금을 제외한 차액만 환급받았습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계약 내용이 적힌 예약 확인서 등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5개 사업자 모두 숙박업소가 정한 조건을 우선 적용하고 있어 취소 시 환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한 예약 취소도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사대상 사업자들이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조항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천재지변으로 불가피하게 숙박 당일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대금을 환급하도록 정하고 있는 만큼 거래조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숙박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판매가격 표시 개선 △전자상거래법 등 국내법 반영 △분쟁 처리 권한 가진 국내 지점 설립 등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