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소 반대'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한 관리소장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입주민들 사이 전기차 충전소 설치 갈등이 고소전까지 번진 겁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 남모 씨에게 벌금형 선고 유예 판결했다고 8일 밝혔습니다.
해당 현수막은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입주자들이 20여 만원을 들여 설치한 것이었습니다. 가로 5m, 세로 1m 크기의 현수막에는 ‘꺼지지 않는 전기차 충전소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인한 설치 반대’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관리소장 남 씨는 지난해 1월 승인받지 않은 게시물이 부착됐다며 직원을 시켜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남 씨의 행위가 재물손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현수막은 단지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입주자들의 의사 게재를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 위반행위가 있는 경우 1차 시정권고 또는 경고문 부착, 2차 위약금 부과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철거할 권리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유죄가 인정된다면서도 70만 원의 벌금형은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남 씨의 행위 배경에 입주자들 사이 갈등이 있었던 점을 인정한 겁니다. 재판부는 “입주자들 사이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관련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상황에서, 관리소장으로서는 입주민들 사이 갈등을 조정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채널A 취재 결과, 당시 해당 아파트는 ‘전기차 충전소 철거의 건’이 입주자대표회의 안건으로 올라갈 정도로 입주자들 사이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안건은 찬성 4명, 반대 7명으로 설치가 유지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