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안락사를 앞둔 눈 먼 강아지를 지나치지 못하고 가족으로 맞아 키우던,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미정 씨(37)가 뇌사장기기증으로 7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5일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 7명에게 뇌사장기기증으로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떠난 이미정 씨의 사연을 오늘(15일) 공개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 7월 1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겪은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습니다. 가족들은 이 씨가 어디선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마음의 위로를 얻고 이 씨가 떠나는 날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했습니다.
이 씨가 기증한 장기는 심장, 폐장, 간장, 좌우 신장, 좌우 안구로 7명이 새로운 삶을 선물 받았습니다.
1987년 6월 부산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이 씨는 밝고 활발한 성격으로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눈이 안 보여 안락사 위기에 처한 갓난 강아지를 보고 안타까워 집으로 데려와 15년 넘게 가족으로 키웠을 만큼 선한 마음을 가졌던 이 씨. 이젠 노견이 된 15살 반려견 찌앵이 이젠 이 씨의 남은 가족 곁에 든든하게 남아 함께 이 씨를 추억하게 됐습니다.
가족들과 지인들에 따르면, 이 씨는 늘 동료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었습니다. 고객센터 상담사로 근무할 때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건 물론, 육아휴직에서 돌아오거나 일을 처음 배우는 동료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먼저 세심하게 살폈습니다. 이 씨의 집엔 아직도 '고맙다'는 마음이 담긴 동료들의 손편지가 있습니다.
이 씨의 어머니 이제순 씨는 "미정아. 너를 이제 다시 볼 수는 없지만,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어디선가 함께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하며 살게.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하게 잘 지내. 사랑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