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회의에서 차기 대선일(6월 3일)을 확정한 오늘(8일) 깜짝 강수를 뒀습니다. 야당이 요구해온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동시에, 열흘 뒤 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기습 지명한 건데요. 이 법제처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비상계엄 이튿날 안가 회동에 참석한 4인방 중 한명이죠. 게다가 문, 이 재판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후임자는 대통령이 지명해야 하는데요. 대통령이 공석인 상황에서 한 대행이 대통령몫 재판관을 지명하는 게 맞냐를 놓고 논쟁이 불붙은 겁니다.
한 대행의 선택을 놓고 일각에선 "한 대행이 대선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이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한덕수 대망론'의 불씨를 지피던 상황이었거든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 대행의 후임 재판관 지명에 "용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당은 당장 "(한 대행이) 스스로 탄핵을 유도한다"(윤종근), "탄핵의 매를 벌고 있다"(박지원)고 거세게 반발했는데요.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반응하더라고요. "한 대행이 탄핵되면 대선 출마하면 되겠네"라고요. '차출론'에 침묵하던 한 대행, 실제로 마음이 바뀌고 있는 걸까요.

"한덕수 출마 설득, 이번주 총력전"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주말 사이 연달아 열린 선수별 의원 모임에서 '이번 대선에 한 대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4선 이상 모임에서 한 중진 의원이 "한 대행은 소신 있고 호남 출신으로 확장성도 있는 인물"이라며 띄우기에 나선 겁니다. 의원총회에서도 한 대행 같은 인물이 당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죠.
공개적으로는 박수영 의원이 한 대행을 밀고 있는데요. 박 의원은 SNS에 '경제 문외한 vs. 경제 전문가', '국내 조폭 vs. 국제 신사', '안동 출신 막산이 vs. 전주 출신 갓생이' 식으로 '이재명 대 한덕수' 구도를 부각하는 글을 연일 띄우고 있죠.
한 대행 출마를 바라는 의원들은 이번주 한 대행 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물밑 총력전을 벌이겠다는 구상입니다. 당 여론조사에 한 대행 이름을 넣고, 의원들이 한 대행과 직접 면담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의원뿐 아니라 보수 원로 등 다양한 인사들이 한 대행 출마를 '좋은 카드'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대행은 이재명 잡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하면 설득이 될 것"이라며 "옆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이번 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세력을 더 규합해 한 대행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국민 여론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대선 출마를 시민단체나 전 국회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촉구하고 있는 것처럼,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를 이길 카드로 한 대행을 미는 이유는 뭘까요. 주미 대사 출신 통상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안정감이 주요 강점으로 꼽힙니다. 또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를 두루 경험해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겁니다.
황교안·반기문 사례 거론하며 "반대"
하지만 한 대행 출마에 시큰둥한 의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 3선 의원은 "대선 흥행용 아닌가. 지금 한 대행의 역할이 분명한데 그분 성품을 생각하면 나오실 리가 없다"고 했고, TK 재선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는 더 젊고 새로운 인물이 나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덕수 카드를 더 강하게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는데요. 또다른 TK 지역 의원은 "권력 의지나 정치적 소명이 없는 사람들한테 기대하다가 낭패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밖에서 꿔온 인물'의 출마를 기대하다 낭패를 봤다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친박계는 '황교안 대망론'을 띄웠지만 황 대행이 불출마를 택했죠. 국정을 안정시키고 공정한 조기 대선 관리를 하겠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시 황 대행은 범보수 진영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렸죠. 반 전 사무총장도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됐지만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이 의원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메시아(구세주)가 있을 거라는 꿈은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내부적인 노력으로 대선주자 하나 못 만들어 놓고 매번 밖에서 데려와 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더라도 당당하게 져야 다음을 꿈꿀 수 있다고요.
"한 대행이 공정한 대선 관리에 매진해야 뒷말이 없을 것"이란 반응도 나옵니다. 민주당이 대통령몫 헌법재판관 2명을 전격 지명한 한 대행을 탄핵할지 여부도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대행 출마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했습니다.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것조차 이상할 정도"라면서요. 하지만 한 대행도 다른 공직자처럼 선거일 30일 전에만 사퇴하면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이재명을 막아달라'는 의원들의 총력전에 한 대행은 결국 설득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