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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MDL 경고 방송 줄여 달라” 유엔사에 요청…軍은 거절

2025-08-05 18:22 정치

북한이 최근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우리 군의 군사분계선(MDL) 대북 경고 방송 횟수를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논의 끝에 안보와 대비 태세 유지를 위해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5일 군 고위 관계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달 말 유엔사 대북직통전화, 일명 '핑크폰'을 통해 "우리가 MDL 인근에서 활동하면 남측이 경고방송을 너무 많이 한다"며 "횟수를 줄여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 우리 군은 MDL 인근에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면 1차로 "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 여기는 남측의 땅이다. 경고사격 하겠다"는 취지의 경고방송을 수차례 하고 이후 MDL을 넘어오면 경고 사격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채널A에 "유엔사로부터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뒤 논의했지만 안보와 대비 태세 유지 차원에서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또 "경고방송 횟수를 줄이기 위해선 우리 군의 방송 원칙이나 매뉴얼 자체를 바꿔야하는데 기존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실은 대통령실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유엔사를 통해 우리 군의 태세나 방침에 변경을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우리 군의 경고 방송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 입장에서는 경고 방송 자체가 자신들의 동향이 노출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방송이 반복될수록 병사들이 위축돼 작전 수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소식통은 "특히 최근 ‘두 국가론’을 주장하는 북한이 MDL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경고 방송 자체도 거부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일을 북한 대남 정책 변화로 바라보는 것은 굉장히 섣부른 접근"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별다른 대가 없이 이룰 수 있을지 타진하는 행동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대북 방송 중단과 대북 전단 살포 중지 등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한이 단계적으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국방부가 4일 그동안 대북 심리전에 투입 됐던 확성기 40대 전체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북한은 아직 대남확성기를 철거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는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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