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2026 교향악축제' 포스터. (출처=예술의전당)"교향악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18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부. '2026 교향악축제-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세종시에서 올라온 70대 노부부에게 물었습니다. 무려 25년 동안 매년 함께 '교향악축제' 찾고 있다는 이들은 "서로 다른 악기가 하나의 곡을 만들어가는 것"을 매력포인트로 꼽았습니다.
같은 시각, 예술의전당 야외광장 LED 스크린을 통해 공연이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5년째 '교향악축제'를 즐기러 온 박 씨(57, 서울 서초구)는 "실황을 라이브로 중계하니 객석보다 밖에서 보는 게 좋을 뻔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서울 한낮 기온 22도. 기분 좋게 따뜻한 봄볕 아래, 길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교향악의 선율이 객석 밖에도 울려퍼졌습니다.
예술의전당 야외광장 LED 스크린에 18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출처=장하얀 기자.)● 올해 38회째…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축제'
이달 1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1번으로 '2026 교향악축제'의 막을 열었습니다. 지난 1989년 시작한 이 축제는 올해 38회를 맞았습니다. 올해 주제는 'Connecting The Notes.' 전국 19개 국공립 교향악단과 해외 초청 단체 베르비에 페스티벌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 총 20개 단체가 마치 음표를 연결하듯 3주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의 교향악을 선보였습니다.
올해도 지휘자와 협연자의 면면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로베르토 아바도, 울산시향의 오스트리아 출신 지휘자 사샤 괴첼 등 해외파 스타 지휘자는 물론 지난해 게오르그 솔티 지휘자상을 수상한 여성 지휘자 홀리 최가 경기필과 함께 국내 데뷔 무대를 펼쳤습니다.
협연자 라인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5 쇼팽 피아노 콩쿠르 입상자인 빈센트 옹을 필두로 카를 닐센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요한 달레네,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 티보르 버르거 콩쿠르 우승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등이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습니다.
● R석 6만 원…클래식 장벽 낮춘 '모두의 축제'
올해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관객의 연령층이 낮아졌다는 것. 평일 공연의 경우 대학교 '과잠'을 입은 학생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교향악축제를 처음 관람한 이수윤 씨(28, 서울 용산구)는 "친구의 추천을 받고 공연장을 찾았다"며 "음원으로 듣던 걸 실제로 들으면 얼마나 웅장할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격값이 저렴해서인지 티케팅은 어려웠지만 더 많은 이들에게 클래식을 접하게 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교향악축제는 몇십 만 원이 훌쩍 넘는 기존 클래식 공연과 달리 R석 6만 원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박은정 예술의전당 음악기획부 과장은 "연주자도 젊어지고, 팬덤도 젊어졌다. 기존 클래식 공연은 티켓값 때문에 아무래도 중년층의 구매가 높았다면 '교향악축제'는 젊은 세대의 구매 파워가 센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전국 오케스트라들의 '각축전'....실내악 공연은 보너스
교향악 축제는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최대 규모, 최장기간 운영되는 '클래식 축제'입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방교향악단에게는 서울의 큰 무대에서 많은 관객 앞에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뽐낼 기회가 됩니다. 실제 일부 지역오케스트라들은 '교향악 축제'를 위해 두 세달동안 프로그램 곡만 집중 연습하기도 합니다.
9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공연을 마치고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장하얀 기자.)협연자와 오케스트라의 '미니' 실내악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입니다. 9일 오후 7시 30분,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문을 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우, 수석 클라리네티스트 임상우 씨가 협연자로 나섰습니다.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 완성됐습니다. 당대 클라리넷 명인이자 가까운 친구였던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평소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일까요,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한 호흡과 안정된 균형 속에서 깊이 있고 유려한 협연을 펼쳤습니다.
이날 공연 앵콜 곡으로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5중주 Kv.581 중 3악장'이 연주됐습니다. 서울시향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수석과 함께 임상우 수석은 평소 듣기 힘든 실내악을 관객에 선물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연주자들답게,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음악을 읽어내는 긴밀하고 조화로운 앙상블이 돋보였습니다.
●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만들어내는 모든 순간이 '축제'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창시절 내내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연주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연주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몫의 악보를 완벽히 연주해내면서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18일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단원들이 공연을 마치고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출처=장하얀 기자.)4월 한 달 내내 펼쳐지는 교향악의 향연이 38년동안이나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다양한 악기들이 각자의 악보를 착실히 연주하면서도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파트의 소리를 들으며 만들어낸 조화로운 하모니가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기 때문일 겁니다.
2026 교향악축제는 목요일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막을 내립니다. 교향악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되셨길 바랍니다. 내년 4월,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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