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국민의힘 의원총회. (출처 : 뉴스1)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의원들 마음은 6월 3일 이후에 가있다"는 겁니다. 6·3 지방선거는 어차피 지는 선거기 때문에 괜히 발을 담그거나 힘 빼기도 싫고, 이후 당 노선, 당권 투쟁이 최대 관심사라는 속내가 이 말엔 깔려있습니다.
계파 구분도 없습니다. 중도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아무 것도 하기 싫다. 나는 숨만 쉰다. 아무 일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옛 친윤계인 중진 의원도 "선거 전까지는 가만히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2년 동안은 조용히 지내기로 마음 먹었고, 이를 지키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의원들 대부분의 마음이 선거 이후에 가있다 보니 선거전에 뛰어드는 공격수를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선거 분위기도 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장동혁 지도부가 최근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리더십 공백까지 겹친 상황입니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전이 단적인 사례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맞상대인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초선 김재섭 의원이 개별적으로만 해왔죠. 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상임위가 나서든 전략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데, 하루 뉴스로 소비돼 안타깝다"고 했습니다.
선거보다 전대 관심…룰 변경 관전 포인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출처 : 뉴스1)국민의힘 의원 상당수는 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장동혁 지도부가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장 대표가 2년 임기를 채우기 쉽지 않다고 보는 거죠. 의원들이 사석에선 "이번 선거는 망했다", "뭘 해도 안 되는 판"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합니다.
선거 패배 후 다음 수순은 송언석 원내대표 후임인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거나 겸임하고, 이 비대위원장이 다음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여는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당 의원들의 관심도 지방선거보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룰 변경'에 가 있습니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은 당원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인 이른바 '7 대 3' 룰입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된 만큼, 지방선거 이후 전대 룰을 5(당심) 대 5(민심)로 바꾸자는 요구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한 초선 의원은 "민심 100% 대 당심 0%로 해야한다"고도 했습니다.
룰 변경 여부에 따라 다음 당 대표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당내 중론입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당원의 지지를 받는 후보군 쪽에서는 현상 유지를, 중도 확장을 주장했던 이른바 쇄신파나 친한(한동훈)계에서는 변경을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내에서 차기 당 대표 출마자로는 5선 나경원, 윤상현, 재선 배현진, 초선 김재섭, 신동욱 의원 등이 거론됩니다.
집단지도체제로 변경 요구·노선 투쟁 분출 전망
룰 변경과 함께 집단지도체제로 변경 요구도 함께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원톱 체제'인 단일지도체제에서 당 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최고위원들에게 분산해 '대표 리스크'를 극복하자는 겁니다. 현행 단일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분리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단일 경선에서 최다 득표자가 대표최고위원, 차순위 득표자들이 최고위원이 되는 식입니다.
한 중진 의원은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논의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최고위원들이 대표 병풍 노릇을 하는 게 아니라, 최고위원 무게감을 키워 서로 견제하고 치열하게 논쟁해야 당이 발전한다"고 했습니다.
지도체제 변경도 룰 변경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당 대표가 2028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고 곧장 대권 후보로 직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강한 리더십을 행사할 거라고 당내에서는 보고 있습니다.
고동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친한계 의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동훈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출처 : 뉴스1)선거 후 보다 근본적인 건 당내 노선 투쟁이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확실히 정하고, 더이상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해야한다는 겁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 분당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 못해서 지금의 파열음을 겪는 것"이라며 "지방선거가 끝나면 총선 전까지 정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선거 후 치열하게 노선 투쟁을, 밤새 가며 해야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방선거 전 차기 원내대표 선거 '분수령'
6월 4일부터 시작될 노선, 당권 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첫 시작점은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입니다. 그래서 차기 원내대표를 지방선거 전에 뽑을 건가, 후에 뽑을 건가 그 시기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의원들이 뽑는 원내대표 선거 양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3선 정점식, 성일종 의원이 거론됩니다.
송 원내대표의 임기는 6월 16일 만료되지만, 당내에선 경선을 5월 중에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인 5월 6일에 맞춰 국민의힘도 후임을 선출해야한다는 겁니다. 한 초선 의원은 "선거 후 지도부 붕괴 시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임기가 보장된 새 원내대표가 이를 수습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송 원내대표는 조기 사퇴 요구에 대해 "저는 어떤 경우에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지난 15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하나 된 마음으로 승리할 수 있도록 매진하는 쪽으로 제 마지막 소임을 다할 것"(지난 23일)이라고 했습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승 후 원구성 독식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선거 전 협상에 들어가는 게 민주당이 눈치라도 보게 하는 그나마 최선의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지방선거는 사실상 포기하고 미래 권력에만 관심이 쏠린 국민의힘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한 의원은 "당내 권력 투쟁이 최우선인 게 어느 순간 보수정당의 기질이 됐다"며 "힘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지금 같은 각자도생 상황에선 전패가 확실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22일 성인 1005명을 전화 면접 조사해 오늘(2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p 떨어진 15%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9월 창당(당명 변경)한 이래 최저 지지율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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