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당직자, 보좌진들에게 민주당과 맞설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된 3명의 이름입니다.
하지만, 3명의 이름이 언급된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패러디해 제목을 붙여보자면 이렇습니다. 민주당 후보와 맞붙기에 '좋은 후보, 어려운 후보, 무서운 후보'라는 거죠.

"김문수 나오면 땡큐" vs "그분들 생각"
먼저 오늘(9일) "체제 전쟁을 벌이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부터 볼까요.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이번 대선 때 상대 후보가 될 확률이 높은 인물로 김 전 장관을 많이 꼽았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의원들도 후보로 많이 밀더라", "상대 후보로 100% 확신한다"면서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된 직후, 한 민주당 중진 의원에게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제일 껄끄럽냐"고 묻자 "김문수"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진심이냐?"고 묻자, 웃으면서 "진심이겠냐. 김 전 장관이 나오면 '땡큐'니까 언론에 그렇게 말하지"라고 속내를 털어놨는데요. 공식적으론 '김문수 대세론'에 전략적으로 힘을 실으면서, 속으론 김 전 장관이 국민의힘 후보가 되길 바란다는 겁니다. 강성 보수층의 지지는 강하지만 강성 이미지가 세 '중도 확장력'에는 의문 부호가 있는 김 전 장관과 맞붙는다면, 민주당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이란 거죠.
민주당 원로 유인태 전 의원도 지난 2월 한 방송(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보수 주자 1위를 달리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놨습니다. "막상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 국면으로 가면 경쟁력이 없을 것이다. 점점 스멀스멀 페이드아웃 될 것"이라고요.
이에 김 전 장관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어제(8일) "야권에선 대선 후보로 나오면 땡큐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는 질문에 "그건 그분들의 생각"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오늘 출마 선언 후에도 '중도 확장성 우려'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약자를 보살피고 약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 중도 아닌가"라며 "저는 과거에 약자를 위한 혁명을 꿈꿨던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합리적인 오세훈 위협적…'토허제 실책' 흠집"
다음은 오세훈 서울시장입니다. 현실적으로 대선 후보 선출 가능성이 있고, 상대하기 꽤나 까다로운 인물이란 겁니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에 비해 비호감도가 낮은 편", "서울 시민 60% 이상이 최근 오 시장을 뽑아본 경험이 있어 신경 쓰인다"는 반응이 나왔는데요.
합리적 이미지에, 정치 생활을 오래했지만 상대적으로 호감도가 높아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겁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문수 전 장관 같은 강성은 본선에 가면 득표율 최대치가 40% 초반대인 거고, 보수 진영 내에서도 가운데에 있는 오세훈 시장이 나오면 중도가 붙을 수 있다"며 경계했습니다.
다만 최근 명태균 관련 의혹,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논란으로 조기 대선 직전 오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제일 껄끄러웠던 건 오 시장이 맞다"면서도 "그런데 최근 이미지에 흠집이 난 게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유승민, 가장 상대하기 힘들지만…"
마지막으로 유승민 전 의원입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상대하기 가장 버거운데 맞붙을 확률은 낮은 후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있는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경선을 뚫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이번 대선은 '100 대 0'"이라고 자신하던 한 민주당 의원, "단 하나, 유승민이 나오면 힘들다. 중도 개혁 확장성이 제일 강하고, 호남에서도 표를 많이 가져갈 거고, 3040세대에서도 호감이 높다"며 극도로 경계했는데요. 그러다가도 "결국 못 나오는 게 흠이지"라며 웃어 넘겼습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도 최근 동아일보 유튜브 '법정모독'에 출연해 "유일한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면 유승민 전 의원 같은 분이지만, 출마 가능성이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이같은 야권의 반응, 이해가 쉽습니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지난 6~7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8명 대상)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주자들간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무당층 표심을 살펴봤을 때 유 전 의원, 오 시장이 각각 10%p, 9%p 차로 이 대표를 앞섰습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이 대표에게 8%p 뒤진 건데요.
국민의힘 지지층의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선 김 전 장관이 34% 오 시장 17% 유 전 의원 3%였습니다. '본선 경쟁력'과는 별개로 보수층에서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쏠린 거죠.
달아오르는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 민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