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문을 닫은 서울 성북구 소재 피부과 의원

진료비 수백만 원을 할부로 미리 결제한 병원이 갑자기 문을 닫아 이른바 '먹튀'가 의심되는데도 일부 신용카드 회사들은 할부 항변권을 인정해 주지 않아 피해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할부 항변권은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남은 할부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권리입니다.

오늘(1일) 채널A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북구 한 피부과에서 진료비를 할부 결제했던 이용자들 일부는 최근 카드사를 상대로 할부 잔금 결제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 당했습니다. 이 피부과는 10월 초 돌연 문을 닫았고 중순쯤 돌연 휴업을 통지한 상황입니다.

이용자들은 현대카드의 경우, 다른 카드사들과 달리 해당 병원이 폐업을 한 게 아니라며 항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용자 A씨는 "병원이 폐업이 아닌 휴업을 통보했기 때문에 할부 결제를 중단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채널A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10월 할부금도 이미 나간 데다 이번 달도 내게 생겼다"며 "병원을 전혀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왜 돈이 빠져 나가야 하냐"고 호소했습니다.

신한카드도 당장은 잔여 할부금 지급을 미루거나 취소할 수는 없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카드로 결제했다는 이용자 B씨는 "나중에 실사를 거쳐 환불받지 못한 게 확인되면 나간 금액을 입금해 주겠다고 들었다"며 "일단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거래금액이 20만 원 이상, 할부기간이 3개월 이상이고, 휴·폐업 등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면 카드사에 잔여 할부금 지급 중단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드사별로 서비스 계약 불이행 등의 해석을 다르게 하고 있어 항변권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와 달리 일부 다른 카드사들은 할부 항변권을 인정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현대카드 관계자는 "병원이 환불 접수를 받고 있고 순차적으로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혀 정상 가맹점으로 분류했다"며 "병원 측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잔여 할부금에 대한 청구보류 조치 중으로, 휴·폐업 사실 최종 확인 시 항변권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한카드 관계자도 "할부 항변이 접수된 게 맞고, 병원에서 환불 의사가 있어서 유예기간을 뒀다"며 "기간이 경과되면 고객 편의를 위해 절차대로 항변 접수를 전부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해당 병원은 지난달 사전 통보 없이 문을 닫고 선결제된 진료비 일부를 환불해 주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돼 '먹튀'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환불 접수를 받고 있으며 향후 환불을 해주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