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화학 기업 OCI와 제약 기업 한미약품의 통합 선언이 모녀와 장·차남 간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12일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와 한미약품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통합 지주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OCI그룹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하고, 이와 동시에 임성기 창업주의 부인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은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양측의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임주현 실장 측은 OCI홀딩스의 개인으로는 1대 주주(10.37%)가 될 예정입니다.
한미사이언스가 OCI와 이번 합병을 주도한 건 상속세와 관련이 있습니다. 한미약품 오너가는 2020년 임성기 창업주의 사망으로 54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데,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이에 모녀는 회사를 지키면서도 상속세 문제 해결할 방법으로 OCI와 통합하기로 했지만,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전혀 몰랐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임 사장은 이사회 결의 과정의 적법성을 따져본 뒤 법적 대응을 포함한 대응 방안을 내놓는단 방침입니다. 우호지분을 모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사회 구성 변경 등을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남인 임 사장과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전해진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의 지분을 더하면 두 형제는 한미사이언스 20.4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모녀의 지분율은 21.88%입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입니다. 임 창업회장과 인연이 깊은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 중입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경영권 분쟁 조짐에 급등했습니다. 오늘 주가는 12.76% 오른 4만 3,3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증권가에선 양사의 통합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OCI 그룹은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 가능해지면서 양사 간에 시너지가 날 것이란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