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에게 선순위 확인하고 세입자에게 보증해줘야
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담당 공인중개사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세입자 A씨가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사건에서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책임이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2심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선순위 임차보증금에 대해 임대인이 알려준 금액만 기재했을 뿐 그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음을 알리지 않았다"며 "중개업자로서 준수해야 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원고 A씨는 2018년 대전 서구에 있는 다가구주택의 한 호수를 보증금 9천만 원에 임차하는 부동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3년 뒤 해당 건물은 경매로 넘어갔고 A씨는 결국 임대차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A씨에게 다가구주택 시세와 근저당권,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등을 설명하며 전세사기 위험이 없는 매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주택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판매됐고, 공인중개사가 알려준 선순위 임대차보증금 총액도 실제와 달랐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A씨가 순위에서 밀려났던 겁니다.
이에 A씨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 재판부는 임대인은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9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등기부등본 확인 등 중개대상물에 대한 확인과 설명 의무를 다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서류 뿐 아니라 실제 권리관계까지 확인해야”
하지만 대법원은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는 단순히 서류 확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데 잘못이 없어야 한다며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해 공인중개사의 책임 범위가 넓어질 거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채널A와의 통화에서 "임대인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 공인중개사도 임차보증금 순위와 총액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세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국회 차원의 제도 정비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