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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약 처방해주세요’…의사부부에게 예식·예물비 상납
2024-09-25 16:22 경제

 제약업체가 의사에게 제공한 불법 리베이트 사례(자료제공=국세청)

한 젊은 수도권 병원장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예식장 비용과 해외 신혼여행비, 명품 예물비 수천만 원을 의약품업체인 A사가 대신 결제해줬습니다.

또 다른 의사는 A사로부터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소파와 대형 가전을 상납 받기도 했습니다.

A사는 법인카드로 구입한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병원장에게 건네고, 마트에서 직접 상품권을 '카드깡'한 뒤 마련한 현금을 전달했습니다.

모든 리베이트는 A사의 '정상 비용'으로 세무처리 됐습니다.

약을 더 많이 처방해달라며 의약업체가 건낸 일종의 뇌물 '리베이트'입니다.

국세청은 오늘(25일) 관행처럼 이뤄지는 건설·의약품·보험중개업체 분야의 불법 리베이트 탈세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이 25일 리베이트를 제공한 47개 업체 세무조사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제공=국세청)

국세청은 건설업체 17곳과 의약품업체 16곳, 보험중개업체 14곳 등 총 47개 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한 이후 첫 기획 세무조사입니다.

또 다른 의약품업체 B사는 의사 가족 업체에 임상 용역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수법으로 은밀하게 리베이트를 제공습니다. 병원 홍보영상 제작비 수억 원도 같은 방식으로 지원했습니다.

B업체는 직원 가족 등의 명의로 영업대행사를 설립하고 리베이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십억원 상당의 허위 용역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을 주주로 등록해 수십억원의 배당금까지 지급했습니다.

국세청은 A·B업체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해 법인세를 추징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를 상대로 소득세도 과세했습니다.

일부 의약업체는 조사 과정에서 "의사들의 소득세까지 대신 부담하겠다"며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조사 이후 거래가 끊길까봐 제약업체들이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명단을 숨긴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세무조사 대상이 된 의료인 규모는 지금까지 수백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국세청은 향후 조사 대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설사도 덜미가 잡혔습니다. 건설업체 C사는 재건축 수주 대행업체에 부풀려진 용역대가를 지급한 뒤, 재건축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거나 시행사가 부담해야 할 분양 대행 수수료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습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공정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며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고 국민 생명까지 위협하는 리베이트 탈세자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방침입니다.

오늘 리베이트 세무조사 브리핑에 나선 민주원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으면서도 납세의무를 회피한 최종귀속자를 찾아 소득세 등 정당한 세금을 과세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조세범칙 행위 적발 시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검찰에 고발해 형사처벌 받을 수 있도록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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